세계는 찍는데 한국은 꽂는다…애플페이가 드러낸 결제 '갈라파고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후 05:00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실물카드에 비접촉식 결제 기능인 ‘컨택리스(Contactless)’를 속속 탑재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국내 결제 인프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는 방식의 결제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대부분의 카드 결제가 여전히 마그네틱을 긁거나 집적회로(IC)칩을 꽂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국내 결제 생태계가 글로벌 표준 체계로 전환되는 흐름이 시작됐지만 단말기 교체 비용과 수수료 부담 등이 얽혀 확산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애플페이 광고물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은 해외 겸용 신용·체크카드를 중심으로 컨택리스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컨택리스란 결제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대면 결제가 가능한 비접촉식 결제 방식이다.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비자(VISA)에 따르면 호주·싱가포르·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오프라인 결제의 90% 이상이 컨택리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컨택리스 중 가장 보편화 된 규격이 바로 EMV 컨택리스다. 유로페이(Europay), 마스터카드(Mastercard), 비자(VISA)의 앞글자를 딴 EMV 컨택리스는 이 세 회사가 만든 국제 표준 비접촉 결제 기술이다. EMV 컨택리스는 컨택리스 결제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23년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EMV 컨택리스 결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애플페이는 EMV컨택리스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국내서 애플페이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관련 단말기 설치가 필수적이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EMV 결제 확산도 함께 추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수천달러 이상인 나라 중 EMV 결제 방식이 확산되지 않은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더 이상 우리가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현대카드의 EMV 컨택리스 결제 이용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자사 회원의 EMV 컨택리스 결제 건수는 지난해 기준 애플페이 도입 이전인 2022년 대비 약 30배 증가했다. 전체 결제에서 EMV 컨택리스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3월 대비 약 5배 확대됐다. 현대카드는 최근 애플페이 이용 헤택을 강화한 카드를 출시하며 관련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개별 카드사들의 움직임과 별개로 국내 결제 인프라 전환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자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결제 가운데 컨택리스 결제 비중은 약 15%에 그쳤다.

실물 카드에 컨택리스 기능이 있어도 여전히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맹점이 비용을 들여 EMV 컨택리스 지원 단말기로 교체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로 교체하려면 추가 비용이 드는데 그 후 결제로 얻을 이익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관련 단말기를 전체적으로 설치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굳이 EMV 컨택리스 결제를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도 확산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현재로선 아이폰 이용자이면서 현대카드를 사용자가 아니면 삼성페이·실물카드 등 기존 결제 방식만으로 큰 불편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주요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 여부가 향후 국내 EMV 컨택리스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토스뱅크 등이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수료 부담이 애플페이 도입의 변수다. 카드사가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결제건당 약 0.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삼성페이 서비스가 향후 유료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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