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교섭대표들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가 최종 결렬되자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기남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사후조정마저 결렬되면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사상 초유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자율적 대화가 우선"이라며 추가 협상을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 차질이 국가 경제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사태 악화 시 정부의 최후 수단인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은 13일 새벽까지 마라톤으로 이어졌지만 최종 결렬됐다. 노조가 조정 중단을 요청하면서 조정안 제시 없이 절차가 종료됐고, 양측 간 입장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되 일부 보완하는 수준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사후조정까지 무산되면서 노조는 예정대로 총파업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노조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사후조정 결렬에도 협상 여지…정부, 추가 교섭 통한 돌파구 모색
정부는 일단 대화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양측이 합의해 추가 사후조정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총파업 전까지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노사 간 접점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조정은 법적으로 횟수 제한이 없는 만큼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지속적으로 조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이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거론되는 수단이 '긴급조정권'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고용노동부 장관)는 긴급조정을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쟁의를 중단해야 하며 일정 기간 파업이 제한된다.
긴급조정권은 사실상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실제 발동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수송 차질과 산업 전반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긴급조정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사후조정 결렬 이후 한 유튜브에서 "대화가 절실하다.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며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강제적 개입보다는 교섭을 통한 자율 해결에 무게를 뒀다. 중노위의 사후조정이 결렬된 이후에도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사후조정은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협상의) 기한은 없다"면서 "노조는 노조원들과 숙의를 해야 하고 회사도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 그런 기한이 필요하지 않겠나. 정부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대화를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긴급조정은 선 긋지만…반도체 타격 우려에 경제라인 압박 병행
그럼에도 정부 내부에서는 총파업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X(옛 트위터)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삼성전자가 정부의 사후 조정으로도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구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삼성 내부 경영진의 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 인프라를 제공한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기여도 있었다"며 "노사가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 경제라인까지 나서 노사에 자제를 당부하는 것은 삼성전자 파업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경제적 파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과 수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당분간 자율 교섭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 중재에 나설 방침이지만,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간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한 만큼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파업이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공급망과 수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열린 사후조정회의가 결렬된 후 회의장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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