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으로 돌아가는 'ELS 과징금'…추가 감경 수순 밟나

경제

뉴스1,

2026년 5월 13일, 오후 05:04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7 © 뉴스1 임세영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최종 과징금'을 결정하지 못하고 결국 금감원으로 안건을 돌려보냈다.생산적·포용 금융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 속에서 은행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추가 감경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권 제재 안건을 상정해 심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금융위는 금감원에 일부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요청하며 안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금융위는 “조치안상의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다”며 “보완이 이뤄지는 대로 신속하고 면밀하게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홍콩 ELS 제재안은 사실상 다시 원점 재검토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다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수준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 방향 자체가 잘못돼 다시 검사해야 하는 사안이라면 제재심 절차도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하지만, 이번 경우는 자료 보완 요청 성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통상 제재 절차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안건소위,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홍콩 ELS 제재안은 지난 2월 25일 증선위서 논의됐지만 최종 과징금 규모는 결론짓지 못한 채 안건소위로 넘어갔다. 이후 여러 차례 안건소위가 열렸고 이날 처음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됐지만 결국 최종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 금융위에 올라간 과징금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 수준이다. 금감원이 당초 사전 통지했던 과징금 규모는 총 1조9326억 원이었다. 제재 대상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이다. ELS 판매액에 따라 △KB국민은행 1조 원 △하나은행 3204억 원 △신한은행 2780억 원 △NH농협은행 1942억 원 △SC제일은행 1400억 원 등이다.

다만 세 차례에 걸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과징금은 사전 통보 대비 약 20% 감경한 1조 400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ELS 불완전판매 이후 은행권의 '배상 노력'과 함께 '사전 예방 노력'을 감안한 것이다. 은행별로 사전 통보액 대비 20~50% 수준으로 감경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금융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배경에 추가 감경 가능성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당국은 ELS 판매 과정상 설명의무와 부당권유를 별개 유형이 아닌 하나의 유형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법상 징벌적 과징금이 도입되면서 설명의무와 부당권유 둘 다 과징금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됐으나, 이를 통일해 하나의 법리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두 가지 모두 과징금을 부과되는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상 설명의무와 부당권유가 행위 유형이 동일하니 한쪽으로만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 과도한 과징금이 은행권 자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1조 4000억 원대 과징금을 확정할 경우 은행권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정부 핵심 정책인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에 힘써야 할 은행권에 결국 '재원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충당금이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증권가의 분석과 비교해서도 과징금 규모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5대 은행은 1조 4000억 원 중 약 6000억 원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뒀는데, 이보다 더 큰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주주환원 정책에도 문제가 생긴다. 과징금의 경우 지주별로 소폭 다르지만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추가로 위험가중자산(RWA)를 적립해야 한다.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안전자산을 RWA로 나눈 비율로, 결국 RWA가 높아지면 CET1 비율은 하락한다. RWA는 수년간 운영리스크로 반영해야 해 해당 기간 대출·투자 여력도 줄어든다.

당국의 잇따른 소송 패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관련 제재 불복 소송에 이어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의 징계 취소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한 바 있다.

당국 내부에선 행정소송으로 제재를 불복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제재 절차를 더 촘촘히 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제재심과 증선위 사이 별도 심의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피해 고객에 대한 대규모 자율배상을 이미 진행한 만큼 과징금 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며 "생산적 금융 확대와 모험자본 공급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 과도한 과징금 부담은 투자 여력과 자본 활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추가 감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사후적인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감액할 수 있다. 사전 예방 노력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75%' 감면도 가능하다. 은행권은 이미 ELS 손실 관련 96% 이상에 대한 배상액을 지불했다. 당국 차원에서 '선제적 자율배상' 권고에 따라 5개 은행이 선제 배상에 나서면서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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