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안 넘겨도 보험금 줘야”…금감원, 운전자보험 분쟁 제동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4일, 오후 01:5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일반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 수준의 부상을 입힌 경우에도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가해자를 형사입건 후 송치하지 않았더라도, 사고 당시 중상해 가능성이 있었다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는 판단이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운전자보험 관련 분쟁 3건에서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일반 교통사고로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크게 다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상해 1~2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가해자와 형사합의를 했고, 가해자가 가입한 운전자보험으로 형사합의금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돈 지급을 거부했다. 경찰이 가해자를 불송치 처분하며 형사재판에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합의가 꼭 필요한 사고는 아니었다”는 이유였다. 보험사 측은 실제 공소제기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형사합의금 특약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금감원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가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면 당시 가해자가 “나중에 형사처벌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해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또 보험 약관에 적힌 ‘상해 1~3급 사고’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꼭 실제로 형사재판까지 가야만 보험금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분조위는 특히 중상해 여부는 사고 직후 바로 확정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했다. 치료 경과나 후유장해 여부 등에 따라 수사기관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당시 형사책임 부담 가능성이 존재했다면 형사합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양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으로 운전자보험 가입자들이 사고 이후 보험금을 받는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형사합의금 특약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향후 유사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금감원은 여행자보험 분쟁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에서 트레킹 중 낙상 사고를 당한 뒤 숨진 가입자에 대해 보험사는 “출국권고지역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카슈미르가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는 테러·정정불안 때문이며, 이번 사고는 단순 낙상에 따른 사고인 만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사가 “위험지역 방문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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