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보다 무서운 건 신뢰"…삼성 총파업, 숫자로 안 잡히는 후폭풍

경제

뉴스1,

2026년 5월 14일, 오전 11:21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민지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생산 차질에 따른 직접 손실 규모가 최대 3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업계가 진짜 우려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수년간 어렵게 복원한 글로벌 고객사 신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제도와 임금 협상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 수위를 끌어올린 노조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라인 한 번 멈추면 끝"…웨이퍼 폐기 현실화 우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멈춤 없이 돌아가는 초정밀 연속 공정이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은 한 번 공정 흐름이 깨지면 수율 저하와 직결된다. 쉽게 말하면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공정 중인 웨이퍼 수만 장이 폐기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반도체 칩을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는 수백 개 세부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중간에 라인이 멈추면 사실상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8일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라인 정상화에 추가로 2~3주가 더 소요될 수 있다"며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평택·화성 사업장 생산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글로벌 D램 공급은 3~4%, 낸드 공급은 2~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규모를 감안할 때 총파업 장기화 시 직접 피해 규모가 최대 20조~30조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래노동개혁포럼과 자유기업원이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됐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잠재 비용은 20조~30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평택 공장 50% 영향 시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업 비용이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도미노 구조'라며 "단기 손실은 협상으로 복구할 수 있지만 신뢰와 시장 구조 변화는 비가역적 비용으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22 © 뉴스1


금전적 손실보다 무서운 건 '고객사 신뢰'

실제 업계가 더 민감하게 보는 부분도 생산 차질에 따른 직접적 피해보다 '신뢰 상실'이다. 반도체 공급 계약은 단순 가격 경쟁보다 안정적인 납기와 생산 지속 가능성이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만큼,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질 경우 발주 물량 일부를 경쟁사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고객사의 공급 안정성에 의문이 생기면 대체 공급처를 검토하게 되고 이는 주문 이탈로 이어진다. 또한 선제 투자 지연과 협력사 연쇄 타격으로 파장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 실기와 파운드리 경쟁력 논란 속에서 주요 고객사 확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첨단 공정 안정화와 수율 개선 등에 힘입어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어렵게 회복한 시장 신뢰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의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신뢰도가 달려 있는 동시에 위기 대응 역량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과 대만 중심으로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생산 안정성 논란까지 겹칠 경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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