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무 자원으로 가구 소재 만들어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4일, 오후 01:42

[익산=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전북 익산 산업단지 내 33만㎡ 규모로 자리 잡은 한솔홈데코 익산공장. 넓은 잔디밭을 지나 공장동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목재 더미가 산처럼 쌓여 방문객을 맞이했다.

전국 각지 건설 현장과 물류 센터에서 수명을 다하고 모여든 폐팔레트와 포장재들이다. 한때 ‘쓰레기’로 분류됐을 이 폐목재들은 이곳에서 정교한 공정을 거쳐 가구와 인테리어 자재의 핵심 소재인 MDF(중밀도 섬유판)로 다시 태어난다. 연간 약 30만㎥, 국내 MDF 유통량의 20%를 책임지는 자원순환형 제조 현장이다. MDF란 목재를 잘게 분해한 원료를 고온·고압으로 압축시켜 단단하게 만든 판이다. 표면이 매끄럽고 재단이나 홈가공 등이 용이해 가구를 만들거나 문, 인테리어 내장재 등 생활 전반에 사용된다.

한솔홈데코 익산공장 한 켠에 쌓여 있는 폐목재. 한솔홈데코는 폐목재에서 플라스틱, 비닐, 비철 금속 등을 분리해내 MDF를 만드는데 재사용하고 있다. (사진=김영환 기자)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솜뭉치처럼 잘게 갈린 목재 원료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한솔홈데코 MDF 생산의 출발점은 바로 이 ‘재생칩’이다.

이수용 한솔홈데코 공간소재가공팀장은 “과거에는 100% 원목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재생칩 비중이 54%에 달한다”며 “MDF 업계에서 재생칩을 이 정도로 고비중으로 사용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하는 곳은 한솔홈데코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재생 원료 사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물질이다. 폐목재에 섞인 플라스틱, 비닐, 철사 등 불순물을 완벽히 제거하지 못하면 최종 제품에 결함이 생긴다. 한솔홈데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약 300억원을 투입해 고도의 선별 시스템을 구축했다. 층층이 설치된 선별기가 비철금속부터 미세한 분진까지 걸러내면 공정 끝단에는 순수한 목질부만 남는다.

한솔홈데코가 재생 원료를 활용하면서도 고품질의 MDF를 생산할 수 있는 건 ‘3레이어’(3Layer) 성형을 하기 때문이다. MDF를 세 개의 층으로 나눠 중심부에는 재생칩을 100% 채워 원가를 절감하고 상하 표면층에는 깨끗한 원료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 혁신으로 한솔홈데코는 전 세계 MDF 업계 최초로 글로벌 리사이클 스탠다드(GRS) 인증을 획득했다.

생산된 MDF는 건조 과정(왼쪽)을 지나 시트지 등을 붙여 보드, 마루, 가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탈바꿈된다.(사진=한솔홈데코)
공장 한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는 익산공장의 또 다른 경쟁력을 상징한다. MDF 제조는 나무를 찌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스팀을 소모하는 다에너지 소비 산업이다. 한솔홈데코는 소각로를 통해 필요한 스팀을 자가 생산할 뿐 아니라 사용 후 남는 열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 설비를 운용 중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판매돼 연간 약 30억원의 수익을 창출한다. 이 팀장은 “유럽 제조사들이 최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이제야 도입하기 시작한 모델을 우리는 이미 15년 전부터 완성해 운영해 왔다”며 “에너지 비용 절감을 넘어 추가 수익까지 내는 효자 설비”라고 설명했다.

한솔홈데코의 또다른 강점은 가공 공정에 있다. 완성된 MDF 보드에 친환경 PET나 PP 필름을 입혀 가구 소재인 ‘스토리보드’와 바닥재인 ‘sb마루’를 만든다. 값싼 중국산 MDF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특히 sb마루는 기존 강마루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강마루는 합판 베이스라 물건을 떨어뜨리면 쉽게 찍히지만 고밀도 섬유판을 사용한 sb마루는 강성이 높아 내구성이 뛰어나다.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등 현장에 채택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심경보 한솔홈데코 익산공장장은 “MDF만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지 않아 바닥재와 벽면재, 몰딩재로 좀 더 고객에게 다가가는 쪽으로 확대를 했다”라며 “유럽의 경우 재활용 제품들의 가격이 더 높은데 앞으로 (국내에서도) 가격을 더 쳐주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홈데코 익산공장 (사진=한솔홈데코)
김경록 한솔홈데코 대표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지난 3월 주력 제품인 한솔 스토리보드가 월간 판매량 20만매를 돌파하는 등 의미 있는 성장세를 기록했다”며 “올해 1분기 실적 개선 흐름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