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의 특장점을 살린 ‘K-원전 수출 원팀 체제’를 내세웠지만, 10년 전 ‘한전(KEPCO)’라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한전 중심 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와 동시에 이 같은 ‘반쪽 통합’으론 바라카 원전과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그동안 한전과 한수원이 국가별로 나눠 맡아왔던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한전이 UAE·사우디아라비아·미국 등 13개국을, 한수원이 체코·폴란드·필리핀 등 25개국을 각각 담당해 왔다.
앞으로는 국가 구분 없이 해외 원전 사업개발과 주계약을 한전과 한수원이 공동 수행하되, 대외협상은 한전이 주도하고 건설·운영은 한수원이 맡는다. 지분 투자와 금융 조달은 한전이 담당한다. 다만 체코·필리핀 원전 사업과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은 기존처럼 한수원이 사업개발부터 건설·운영까지 총괄하기로 했다.
한전에 대외협상권을 쥐여 준 배경에는 한전이 가진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금융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란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대외협상을 한전이 주도하도록 한 것”이라며 “다만 한전에 모든 걸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한전·한수원·원전 공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2016년 이전의 ‘KEPCO 중심 수출 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수출은 2015년까지 한전이 도맡아 왔으나 2016년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기관별 전문성과 역할 분담을 이유로 한전·한수원 간 국가별 원전 수출 시장을 나눴다. 한국형 원전을 사용할 수 있는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한전이 담당하고 설계변경이 필요한 체코, 폴란드 등은 한수원이 맡고 있다.
당시 기능조정은 원전 운영 노하우와 기술 전문성을 가진 한수원의 수출 총괄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폴란드·루마니아 등 신규 시장 개척 과정에서 사업개발부터 발주처 협상, 운영 지원까지 전면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HNP’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대외협상과 사업개발 기능이 다시 한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결국 정부가 다시 KEPCO 브랜드와 금융 경쟁력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체코 원전 수주 등을 계기로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사업개발·협상 역량과 ‘KHNP 브랜드’ 성장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개편 역시 한전과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공동 수행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라카 원전 당시 불거졌던 책임·정산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건설·운영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나뉘어 있고 한전과 한수원 모두 기후부 산하 공기업인 상황이어서 결국 절충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원전의 건설·운영·수출을 하나의 공기업이 맡아야 시너지와 일관성이 생기는데, 대외협상권은 한전에 줬더라도 여전히 이원화된 구조인 만큼 또다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부는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산하에 민관합동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신설해 원전 수출 전략과 경제성·리스크 평가, 협상 방향 등을 총괄 조정하기로 했다. 또 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제정을 추진해 정부의 조정·감독 권한과 원전수출 총괄기관 지정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총괄기관을 한전으로 할지, 한수원으로 할지, 별도 통합기관으로 갈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원전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자료=산업통상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