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연체채권 추심 문제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판한 이후 금융당국이 수습에 나섰지만, 대부업권의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상록수 사태를 계기로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새도약기금 참여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특히 대부업체들이 20~30% 안팎에 사들인 부실채권을 액면가의 5% 수준에 새도약기금에 넘겨야 하는 구조를 두고 업계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권 상위 30개 업체 가운데 새도약기금 협약에 참여한 곳은 15개 사에 그친다. 다른 업권의 가입률이 9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업계 1·2위 업체는 아직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위 업체의 경우 2020년 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대부업 영업을 사실상 축소하는 분위기여서 새도약기금 참여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도약기금 참여 망설이는 대부업권…25%p 손해 감수 부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새도약기금을 출범시켜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왔다. 1~4차 매입을 통해 약 8조 2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확보했으며, 수혜자는 약 64만 명에 달한다. 이 중 대부업권으로부터 매입한 채권은 4560억 원(6만 4000명) 수준이다.
대부업권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은 6조 8000억 원에 이르며 채무조정 채권을 제외한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 채권은 약 4조 9000억 원으로 전체 대상채권(16조 4000억 원)의 약 30%를 차지한다.
대부업권이 새도약기금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는 채권 매입 가격 때문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새도약기금의 장기 연체채권 매입가율은 액면가의 5% 수준이다.
통상 대부업체는 자체 채권추심업체를 통해 부실채권을 20~30% 가격에 매입하는데 이를 일괄 5%에 매각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 2024년 대부업권의 부실채권 평균 매입가율은 2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핵심은 채권 매입가율인데, 업계에서는 어떻게 손해를 메워줄 것이냐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30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 한 상인이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2021.8.30 © 뉴스1 박지혜 기자
가격 문제에 더해 대부업권의 생존권 문제도 겹쳐있다. 채권추심이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인 영세 대부업체에 보유 채권의 일괄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영업 기반 자체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추심이 영업인데 계속 매각하라고 하면 밥벌이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대표 입장에선 고용한 직원들 문제도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록수 사태에 참여한 대부업체들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상록수의 9개 출자사 중 유에스컨설팅대부, 카노인베스트먼트, 나이스제삼차 등 3개 대부업체가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했다. 제도권 금융사는 이미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추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부업체들은 영업 구조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국, 대부업권 참여 유도 고심…이르면 이달 말 개선 방안 발표
최근 이 대통령이 상록수의 20년 넘은 장기 연체채권 추심 사례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파장이 커지자 새도약기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대부업권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추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금감원은 대부업권 해킹 사고 관련 CEO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동시에 업계 애로·건의 사항을 청취한 바 있다.
협약 가입 시 인센티브 △협약 가입 대부업체에 대해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대상채권 매각 허용(원칙은 펀드에만 매각) △새도약기금 가입 대부회사에 은행권 차입 허용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기연체채권을 대량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새도약기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도 지속해서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20~25%에 가져온 채권을 5%에 넘기는 것인데, 이 15~20%포인트 갭을 어떻게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라며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5월 말에서 6월 중 '대부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새도약기금 참여 확대를 위한 추가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담길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금융위-금감원' 금융 담당 조직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등 4개로 확대·개편된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8 © 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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