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시내의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2026.3.23 © 뉴스1 김민지 기자
원유 가격 협상 테이블이 3년 연속 열리지 않게 됐다. 올해 원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0.4% 감소하며 가격연동제상 협상 요건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논의와 별개로 원유 물량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흰우유 소비 감소와 잉여 원유 증가로 최근에는 가격보다 물량 구조 개편 논의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생산비 감소…원유 가격 동결 순수
15일 발표된 '2025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원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5% 상승했지만 올해는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현행 원유가격 연동제는 생산비 변동률이 ±4% 이상일 경우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 기준치를 밑돌면서 올해 역시 가격 협상은 열리지 않게 됐다.
유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유 가격 동결이 유업체들에 무조건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반대로 낙농가 수익성이 악화되면 국내 낙농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쿼터제(원유 물량 협상) 논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낙농진흥회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달 1일부터 약 한 달간 원유 물량과 용도별 배분 구조 조정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상이 길어질 경우 일정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음용유와 가공유 비중 조정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당 조정은 2년마다 진행되며 올해 논의 결과는 2027~2028년 운영 기준에 반영된다.
남는 원유만 쌓인다…유업계 커지는 '잉여 원유' 부담
다만 잉여 원유 부담이 커지면서 유업계에서는 원유 배분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흰우유 소비는 빠르게 줄고 있는데 원유 체계는 여전히 과거 음용유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서다.
현재 국내 원유 쿼터는 음용유가 88.5%를 차지하는 반면 치즈·분유·아이스크림 등에 쓰이는 가공유 비중은 5% 수준에 그친다. 과거 흰우유 소비가 많던 시기에 만들어진 물량 배분이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시장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흰우유 소비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대비 9.5% 줄었다. 이는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대체 음료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소비가 줄어도 유업체들이 음용유용 원유를 일정 수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남는 원유는 전지·탈지분유 등으로 가공되는데, 잉여 물량이 늘수록 유업계 재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쌓인 분유 재고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국산 탈지분유 가격은 1㎏당 1만3000~1만4000원 수준으로 수입산(4500~5000원)보다 2~3배 비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재고 물량 소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업계는 B2B 공급 확대나 가공식품 원료·수출용 분유 판매 등을 통해 물량 소진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사실상 손실을 감수하며 재고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