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스테이블코인 본격화…12개 은행 컨소시엄 "韓 7500조원 시장 기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5일, 오후 05:54

[이데일리 정윤영 서민지 기자] 유럽에서도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 유로, 도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토큰화 예금 등 디지털화폐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12개 주요 유럽 시중은행은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위해 합종연횡에 나섰다.

장뤽 귀스타브 키발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OFF 2026 온체인 파이낸스 포럼’에서 “유럽과 한국 간 결제 흐름만 연간 5조달러(약 7495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이 시장의 혁신을 이끌 핵심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은행이나 규제기관과 디지털자산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며 “이제는 채권·주식 같은 금융자산부터 실물자산(RWA)까지 토큰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뤽 귀스타브 키발리스(Qivalis)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OFF 2026 온체인 파이낸스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키발리스는 유럽 12개 은행이 참여한 컨소시엄 기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인 미카(MiCA)에 따라 전자화폐토큰(EMT)을 발행하는 구조로, 현재 네덜란드 금융당국 감독 아래 라이선스 취득을 추진 중이다. 목표 시점은 오는 9월이다.

키발리스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온체인 기반 국경간(크로스보더) 결제다. 귀스타브 총괄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규제·컴플라이언스가 함께 진화해야 하는 영역”이라면서도 “이 흐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예금토큰 등 다양한 디지털화폐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귀스타브 총괄은 “효율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앞서 있다”며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클(Circle) 등의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을 보며 전통 은행들은 금융 탈중개화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은행들이 지금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스타브 총괄은 개별 은행이 독자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보다 컨소시엄 모델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각 은행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구축하면 시장 파편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EU 차원에서 공동 자산을 공유하는 컨소시엄 방식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발리스 컨소시엄에는 BNP파리바, 유니크레딧(UniCredit), 카이샤뱅크(CaixaBank)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귀스타브 총괄은 “유니크레딧은 이탈리아, 카이샤뱅크는 스페인에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은행”이라며 “이러한 지역 기반 은행들의 참여 덕분에 다양한 국가별 유스케이스를 실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 구조는 ‘2단계 유통 모델’ 형태다. 키발리스는 발행과 상환 업무만 담당하고 커스터디 솔루션 기업과 유동성 공급자, 시장조성자(MM), 거래소, 온·오프램프 사업자 등이 유통 네트워크를 구성해 최종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익 모델은 현재 준비금 운용 수익이 중심이다. 향후 거래 수수료나 프리미엄 서비스 수수료 도입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토머스 조 캔톤재단(Canton Network Foundation) 아시아태평양(APAC) 성장총괄. (사진=정윤영기자)
토머스 조 캔톤재단(Canton Network Foundation) 아시아태평양(APAC) 성장총괄은 이날 발표에서 전통 금융권의 블록체인 도입이 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 자본시장 인프라 정비 필요성도 언급했다.

캔톤 네트워크는 미국 블록체인 기업 디지털에셋(Digital Asset)이 구축한 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2024년 공식 출범했다. 현재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 JP모건(JPMorgan) 등의 기관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캔톤재단은 해당 네트워크의 중립적 운영 및 거버넌스를 담당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조 총괄은 “최근 한국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을 돌며 금융기관들과 논의했다”며 “이제는 재무 운영팀과 시장 인프라팀 등 다양한 부서가 함께 모여 ‘어떻게 실제 시스템에 구현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로 ‘파편화(fragmentation)’를 꼽았다. 조 총괄은 “자산은 각기 다른 곳에서 토큰화돼 있고, 준법감시·결제·리스크 관리 레이어도 서로 분절돼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대형 기관 자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가 여전히 결제 주기에 묶여 있어 자산을 실시간 담보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기술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큰화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총괄은 “토큰화는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조율 레이어와 담보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실제로 작동하는 자산 관리 체계를 만드는 과정이기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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