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 내부 모습.(사진=이건엄 기자)
15일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총자산 5000억원 이상 규모의 공모·상장 리츠는 ICR 취득이 의무다. 신용평가를 통해 리츠 건전성을 1차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이 역할을 기능을 신평사에 부여한 셈이다.
문제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가 1차 검증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했음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공모 시점부터 ‘A-’ 등급을 부여받아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우량 리츠로 인식됐다. 초기 등급 산정 과정에서 해외 오피스 자산 특유의 공실 리스크, 환위험, 리파이낸싱 구조 등 리츠 고유의 취약 변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처음부터 높게 설정된 등급은 이후 사후 모니터링 단계에서도 하향 조정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고금리 장기화로 리파이낸싱 비용이 급증하고 배당률 유지를 위한 무리한 차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A-라는 비교적 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1차 검증 메커니즘이 오작동한 결과가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귀결된 셈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상장리츠는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고, 이는 퇴직연금 편입 기준과 더불어 정부가 신평사에 부여한 규제 기능의 양대 축”이라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규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원인으로 초기 등급 부여 단계의 구조적 허술함에 주목하고 있다. 신평사들이 공모 시점 등급 부여에만 집중할 뿐 이후 펀더멘털 변화 모니터링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과 함께 그 출발점인 초기 ICR 산정 기준 자체가 리츠 고유의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후 감시 보완보다 초기 등급 부여 단계의 기준을 높여 전반적인 시장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비합리적인 배당 정책이나 무리한 차입 구조를 신평사가 걸러낼 수 있도록 초기 등급 부여 기준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며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고, 그것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초기 등급 기준 강화가 실효를 거두려면 리츠 구조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평가 모형 개발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기초자산의 공실률, 임차인 집중도, 환위험 등 리츠 고유 변수가 등급 산정에 얼마나 유의미하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도 강화 논의가 등급을 더 보수적으로 주자는 수준에 그칠 경우 반쪽짜리 개선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맞물린다.
다른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등급을 보수적으로 주자는 방향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리츠는 일반 기업과 자산 구조 자체가 다른 만큼, 공실률이나 환위험 같은 리츠 특유의 변수를 평가 모형에 얼마나 정교하게 녹여내느냐가 제도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