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한국 경제에 미칠 실질적 영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타임라인 등이 제시되지는 않은 상황인 만큼 당분간 중동발 불확실성과 봉쇄 여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관계부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14일)과 이날 양일에 걸쳐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에 동행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예고편에서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도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화나 사용료 부과 시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10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 유조선은 하루 한 척 꼴로, 전쟁 전 하루 평균 20여 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물가 압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합의 실효성 의문…당분간 호르무즈 불확실성 계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실제 합의 이행 여부와 진전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미중 간에 호르무즈 자유항행에 큰 틀에서 동의한다는 얘기는 한 것 같지만, 두 나라 사이에 결이 다를 수 있다"며 "중국이 실질적으로 현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인 만큼, 회담 결과는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이 빠진 상태에서 양국이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아직 이란과의 협약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협의가 된다고 해도 현실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과 연계된 경우를 제외한 일부 선박에 한해 통행료를 받고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는 이란과 양자 합의를 맺어 에너지 운송로를 확보했지만 한국 선박에 대한 개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유가 불확실성도 지속…"호르무즈 열려도 물가 안정에는 시간 필요"
이처럼 당분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해협이 실질적으로 열릴 경우 가장 직접적 효과는 유가 안정으로 나타난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국내 물가는 중동전쟁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전월(2.2%)보다 0.4%p 상승했는데, 석유류 가격이 21.9% 뛰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최근 KDI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2월(2.1%)보다 0.6%포인트(p) 높인 2.7%로 제시하며 중동전쟁 장기화를 주요 상방 리스크로 꼽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열려 유가가 안정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KDI는 반도체 호조 영향으로 올해 성장 전망을 1.9%에서 2.5%로 대폭 상향했지만, 중동 전쟁이 격화되거나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중동전쟁이 하반기에 어느 정도 완화된다고 가정했는데, 만약 높은 유가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상봉 교수는 "호르무즈 개방으로 원유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물가가 지금 상태에서 조금 더 내려가는 수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원유 시설 파괴 등으로 공급처를 다양하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바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