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토-서클’ 스테이블코인 첫 결제 임박…정부 “불법여부 검토”[only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6일, 오전 07:51

[이데일리 최훈길 서민지 정윤영 기자] 국내 수출 기업들과 서클(Circle) 간 스테이블코인(USDC) 결제를 연동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결제 과정의 규율을 면밀히 반영하지 않고 현행법에 저촉이 되는 서비스가 아닌지 판단해 보겠다는 이유에서다. 핀테크 업계 안팎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공백 상황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 수요를 고려해 선제적 서비스를 추진했는데, 무리하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헥토파이낸셜,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16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코스닥 상장사인 헥토파이낸셜(234340)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예정인 ‘CPN(Circle Payments Network) 글로벌 송금 서비스’에 대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비롯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FIU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가 없는 헥토파이낸셜의 서비스와 관련해 실제 고객과의 관계, 자금의 흐름, 계약 형태 등 사업 구조 관련 다양한 내용을 검토한 뒤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 관련성, 저촉 여부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헥토파이낸셜이 지난 13일 밝힌 ‘CPN 글로벌 송금 서비스’는 국내 최초 시도여서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 중에 서클과 직접 연동해 결제하는 수출 기업은 없다. 은행을 통해 결제를 하고 싶어도 국내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외국환거래 신고를 접수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헥토파이낸셜은 국내 유일의 CPN 파트너사로서 오는 7월부터 헥토파이낸셜을 통해 서클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같은 서비스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국내 법이 없는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것으로, 핀테크 기업이 은행을 거치지 않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 서비스를 최초로 추진하는 것이다.

헥토파이낸셜은 이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서비스가 현재 다른 결제에 비해 절차는 간소화되고, 결제 속도는 빨라지며, 기업들의 전체 수수료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헥토파이낸셜에 일부 수수료를 내더라도 이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서비스에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헥토파이낸셜은 지난 13일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대상으로 서비스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취재 결과 헥토파이낸셜은 VASP 라이선스가 있는 계열사 헥토월렛원을 통해 이번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헥토파이낸셜 관계자는 “헥토파이낸셜이 전반적인 서비스 운영을 총괄하되 VASP 라이선스가 필요한 가상자산 관련 부분은 헥토월렛원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적법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헥토파이낸셜은 우리 수출기업이 보유한 USDC를 서클의 CPN 망에 태워주는 역할을, 서클은 각국의 법정화폐로 이를 전환해 수출기업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헥토파이낸셜 관계자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외환거래를 하는 게 적법한지’ 묻는 질문에 “헥토파이낸셜이 법정화폐를 해외로 보내 원화와 USDC 간 환전 역할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챗GPT)
관련해 당국은 “불법 여부를 당장 결론 내릴 순 없다”면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현행법 저촉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특금법 위반 여부다. 당국은 헥토파이낸셜의 서비스가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제2조 2호)에 규정된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매도·매수·교환하는 행위를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인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만약 서비스 구조가 이 같은 행위로 판명되면 사업자는 특금법(제7조1항)에 따라 FIU에 VASP 신고를 해야 한다. VASP 라이선스 없이 이 같은 가상자산 거래를 하면 특금법 위반이 된다. FIU 관계자는 “헥토파이낸셜 서비스가 가상자산 중개·알선 등에 해당하는지, 이에 해당해 헥토파이낸셜이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다. 재경부는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스테이블코인 관련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헥토파이낸셜의 서비스가 국내외 거주자·비거주자 간 지급·수령(15조)이 이뤄지는 거래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헥토파이낸셜이 원화·USDC 간 환전 역할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 저촉 대상에서 제외되는가’라는 질문에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채권·채무의 지급 결제로 사용되면 규율 대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외국환거래법 저촉 여부를 살펴볼 것임을 예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7월에 헥토파이낸셜 서비스가 시행되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신고 없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거래가 이뤄지는 첫 사례”라며 실제 추진될 경우 재경부와 함께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자본 유출 위험, 통화정책 약화, 소비자 보호 공백, 디페깅(depegging·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와 일대일 가치를 유지하고 못하고 이탈하는 현상), 코인런 등을 우려해왔다.

(자료=헥토파이낸셜,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업계에서는 헥토파이낸셜 서비스의 시행 여부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국내 서비스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헥토파이낸셜 서비스가 현실화되면 다른 기업들도 서클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협력해 비슷한 서비스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지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부터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이기도 한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대표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명확한 규율이 없는 상황에서 당국은 넓게 규제를 적용하려 하고, 기업은 명문화된 조항 중심으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해석 다툼이 불가피하다”며 “행정의 법률 적합성을 고려해 폭넓게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신속히 입법해 쟁점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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