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한 마디에 드론 세 대가 뜬다"…美 실증 통과한 한국 방산 AI[VC 요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6일, 오전 08:00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음성 한 마디에 드론 세 대가 동시에 하늘로 떴다. 한 명의 운용자가 자연어로 정찰 임무를 지시하자 인공지능(AI)가 명령을 해석해 여러 무인기에 동시 배분하고 결과를 보고한다. 미국 오리건 주방위군 훈련 현장에서 한국 스타트업 프레리스쿠너(PrairieSchooner)가 보여준 장면이다.



16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2023년 10월 프레리스쿠너 시드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2024년 9월 딥테크 TIPS 프로그램 선정으로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추가 확보했다. 현재 프리시리즈A 유치를 진행 중이다.

프레리스쿠너 창업자 김기연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한국 포병학교 사격지휘 조교 출신으로 연 7000발 이상의 실사격 훈련을 지휘했고, 이후 한양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를 취득한 음성 AI 전문가다. 복무 당시 70명이던 부대 병력이 50명으로 줄어드는 과정을 직접 겪으며 '병력감소·운용병목' 문제를 체감한 것이 창업의 출발점이었다. 그 해법으로 탄생한 것이 자연어 음성 AI 지휘통제 솔루션 '페가수스(PEGASUS)'다.

주목할 점은 페가수스의 기술적 차별점이다. 일반적인 음성 AI가 클라우드 서버 통신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페가수스는 미군이 이미 보급한 전술 스마트폰 안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실시간으로 동작한다. 통신이 제한되거나 차단되는 전장 환경에서도 음성 명령이 즉시 처리된다는 의미다. 초경량 온디바이스 설계는 "음성 AI의 모든 처리는 디바이스 안에서 끝나야 한다"는 창업자들의 확신에서 비롯됐다. 학계에서 터무니없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부터 이 길을 고집한 결과, 원천기술을 내재화했다.

실전 검증은 지난 4월 이뤄졌다. 프레리스쿠너는 오리건 주방위군 훈련센터(RTC)에서 주방위군 인력 약 30명 앞에 라이브 필드 데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운용자가 특정 지역 정찰을 음성으로 지시하면 페가수스가 이를 임무 명령으로 변환해 Blue UAS 인증 드론 3대에 동시 배분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지도상에 자동 마킹하는 일련의 임무 흐름이 실연됐다. 주방위군 측은 "드론 운용에 필요한 훈련 소요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병대 기준 소형 드론 운용자 1명 양성에 80~120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효율이다. 양측은 8월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을 포함한 고도화 데모 일정도 확보했다.

프레리스쿠너가 공략하는 시장은 미 국방부가 직접 정의한 '오케스트레이터' 카테고리다. 이는 다수의 자율 무인체를 운용자가 자연어 음성으로 유기적으로 지휘·통제하는 솔루션을 일컫는다. 미 국방혁신단(DIU)은 올해 'Autonomous Vehicle Orchestrator Challenge'를 통해 최대 1억 달러(한화 약 1500억원) 규모의 사업 기회를 공식화했다. 미 국방부 FY2026 예산에는 자율 시스템 분야에 134억 달러(약 20조900억원)가 배정됐다. 미국 내 경쟁사 스카웃 AI(Scout AI)가 시리즈A로 1억 달러를 유치하는 등 시장은 본격 개화 국면이다.

판교에 본사를 둔 7인 조직이 이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낸 배경에는 기술 저력이 있다. 2024년 LG·인텔·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운영한 AI 노트북 PoC 프로그램 최종 우수 협업기업에 선정됐고, INTERSPEECH 등 글로벌 음성 AI 학회에 논문을 다수 채택시켰다. 2025년 5월에는 미 육군 미래사령부 관계자들 앞에서 전술 환경 음성 AI 에이전트 컨셉 데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기연 대표는 "전장의 병목은 더 이상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한국에서 만든 온디바이스 음성 AI가 미군의 손에서 직접 작동했다는 사실은 AI 시대 전장의 표준을 한국 스타트업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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