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스크롤이 중독 유발”…청소년 SNS 중독, 보험사도 떤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6일, 오전 08:3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청소년들의 스마트폰·SNS 과의존 문제가 단순 생활 습관을 넘어 새로운 보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에서 SNS 중독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한 첫 배심 평결이 나오면서 글로벌 보험업계도 관련 손해배상과 정신건강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사진=AFP)
16일 보험연구원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과 보험산업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 문제가 향후 건강보험·배상책임보험 등 보험산업 전반에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청소년의 43%가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계속 생각나고 스스로 사용을 끊기 어려운 상태라는 의미다. 이는 유아동(26%), 성인(22.3%), 60대(11.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38%가 “스마트폰을 과하게 사용한다”고 답했고, 44%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특히 숏폼 중심 SNS 플랫폼 구조가 청소년 중독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짧은 영상과 알고리즘 추천, 무한 스크롤 기능 등이 사용자의 지속 접속을 유도하면서 우울·불안, 수면장애, 주의력 저하, 학업 성취도 하락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서는 SNS 이용 빈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지속적인 슬픔과 절망감, 또래 괴롭힘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또 SNS 사용 시간이 늘어난 청소년은 읽기 능력과 기억력, 종합 인지능력 점수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국 법원이 SNS 플랫폼 책임을 인정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 3월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어린 시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사용 이후 중독과 우울증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원고 측 손을 들어주며 구글과 메타에 약 600만달러 배상 평결을 내렸다.

원고 측은 ‘무한 스크롤’ 같은 플랫폼 설계가 사용자의 접속 중단을 어렵게 만들어 중독을 유발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보험연구원은 이번 판결이 개인 책임을 넘어 플랫폼 설계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관련 소송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보험업계도 이를 새로운 리스크로 보기 시작했다. 글로벌 재보험사 젠리(Gen Re)는 디지털 기반 행동 중독이 정신건강 악화와 노동력 상실로 이어져 건강보험과 장애보험 분야의 새로운 손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배상책임보험(GL), 사이버보험, 기술 전문인배상책임보험(Tech E&O), 임원배상책임보험(D&O) 등에서 디지털 중독 관련 손해 보장 범위가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보험사들이 플랫폼의 알고리즘 구조나 청소년 보호 기능 등을 인수 심사 요소로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은 “디지털 중독은 아직 명확한 진단 기준이 부족하고 우울증 등 기존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 내 보험상품으로 구체화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청소년 스마트폰·SNS 과의존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과 손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