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노조 총파업 예고일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오자,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를 했다. 삼성전자 사장단과 노조 집행부, 정부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접점 찾기에 나선 가운데 이 회장의 사죄 메시지까지 나오면서, 최악의 파국을 막을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재용 “힘 모아 한 방향 나아갈 때”
이 회장은 16일 오후 2시25분께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국민들과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사죄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 해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퀄컴, 델, HP, IBM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PC, 서버, AI 가속기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메모리 의존도가 크다. 그런 만큼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가진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내 중요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번 파업 위기를 두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약 460만 주주 외에 수출 등 거시 지표들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파업은 국가 경제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상당하다.
해외 출장 중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부회장 시절인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와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 관련까지 더하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만큼 노조 총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 위기감이 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노조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 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저희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고 했다.
◇노조 “JY 사과 발언 확인”…대화 재개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총파업 문제에 있어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경영진, 정부 인사 등을 잇따라 만났지만,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김영훈 장관은 전날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노조 사무실을 찾아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면담했다. 최 위원장은 면담 직후 “그간 교섭 경과, 삼성전자 사업구조, 현재 시점의 핵심 쟁점사항을 설명했다”며 “노동부 장관이 조합의 입장에 깊이 공감했고, 노조의 뜻을 사측에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어 이날 삼성전자 경영진과 한 시간 정도 만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노조 면담 내용과 정부 입장 등을 설명하고 사측 역시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최근 정부의 사후조정 등 중재 시도 결렬 때와 크게 달라진 상황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외 출장 중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는 이날 이 회장의 사과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최승호 위원장은 “신뢰 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노사가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인 만큼 21일 총파업 예정일 직전 극적 타결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실제 총파업이 벌어져 반도체 라인이 전면 중단될 경우 그 피해액이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떻게든 파국은 막아야 한다”며 “정부와 노사가 하루빨리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