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왼쪽부터),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진환 기자
노사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관계자 사이의 충돌이 최초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삼성전자(005930)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이홍 광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표면적인 것은 삼성전자 노사의 갈등이지만 한국 사회에 잠재돼 있던 '분배 정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 이후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N%'로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을 더 달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받게 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그동안 성과급은 산출 방식이 복잡하다 보니 내가 받는 성과급이 '공정'한 것이었는지 알기 어렵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런 성과급 방식은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상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참석자들은 다양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홍 교수를 비롯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상 가나다순)가 참석했다.
"노조 성과급 제도 요구, 분배 정의에 어긋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긴급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진환 기자
참석자들은 사회 정의에 어긋난 노조의 요구와 기존 성과급 제도의 모순이 충돌하면서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선 폐지를 제도화하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선 '분배 정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분배 정의는 N분의 1이 아닌 인풋(투자)만큼의 아웃풋(성과)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며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으로 57조 2328억 원이 나온 것이 온전히 근로자의 기여로 된 것이냐가 첫 번째 공정성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 "(삼성전자의 최근 성과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며) 갑자기 터진 것"이라며 "정부 역시 (인프라 구축 등에) 노력했고 국민 입장에선 세금 꼬박꼬박 냈는데 근로자가 다 가져간다고 하니 '이런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비판하는) 충돌의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 명예교수는 "(노조의 요구는) 아웃풋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며 "(삼성전자가) 손해가 나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은) 나 몰라라 (할 텐데) 분배 정의에서 지극히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특정 시기에 발생한 성과를 노조가 근로자의 기여만 강조해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분배 정의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명예교수는 또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으로 나뉘어 있고 로테이션도 할 수 있는 구조인데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부문은 적자이니 성과급을 안 준다는 것은 유사 노동과의 분배의 공정성 (문제가) 첨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내 다른 부문 역시 똑같은 노동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DS부문 내에선 사업 부문별 이동을 할 수 있는데 특정 사업부에만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같은 노동을 하는 데 있어서 분배의 공정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성과급 제도화, 자본주의의 근간 흔든다…상법에도 위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긴급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진환 기자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화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모순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의 잔여 청구권 개념을 언급하며 "근로자는 채권자로 대우받는데 (성과급 제도화는) 주주의 잔여 청구권과 맞바꾸는 개념"이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지는 것으로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우발적인 이익에 대해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면 불황기에는 손실도 같이 제도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또한 "회사가 망하면 주주는 위험을 부담하는데 근로자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구직하면 되기에 (주주와 근로자의 부담을) 등가로 놓고 같이 논의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배당금은 상법 제462조에서 잉여 이익을 일차적으로 주주에게 귀속하게 해놨는데 이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임금, 성과급을 한꺼번에 (묶어서) 처리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주주의 잔여 청구권은 주주가 위험을 모두 부담하지만 잔여분에 대한 청구권을 가져가는 권리가 있다고 정의한 이론이다. 이에 기업의 지배권을 주주가 갖는 것이 정당화되며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총에서 승인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임직원은 이미 임금 등 확정된 보상을 받게 돼 있기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주주들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영업이익의 0.1%라도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며 "성과급은 고정 급여가 아닌 상여금이기에 제도화라는 개념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홍 명예교수는 "주주 입장에서 보면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화는) 도덕적 해이"라며 "경영진은 주주의 대리인으로 영업이익이 잘 나와야 최고경영자(CEO)가 생존하는데 최초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빼는 것은 분식회계"라고 말했다. 그는 "도덕적 해이, 상법 위반 등의 불법"이라고도 했다.
최 명예교수는 "주주, 근로자,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기구가 이사회"라며 "이사회의 경영 판단에 대해선 누구도 강압하면 안 되고 왜곡하는 행위에 굴복하면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에 배임 요소까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요구 수용하면 초고비용 노동사회로…기업들, 韓 떠난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긴급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진환 기자
노조의 요구가 우리나라를 초고비용 노동사회로 이끌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홍 명예교수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경제적 지속 가능성에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초고비용 노동사회로 갈 것이기에 많은 기업이 한국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1위인 삼성전자는 감당할 수 있어도 다른 기업들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또 "상여금의 임금화가 되면 우리나라에서 퇴직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이 없다"며 "이 같은 임금구조로는 (산업) 공동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경제계가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익의 N% 성과급을 제도화하면 다른 기업들 역시 노조의 요구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결국 단기적으로 노동 비용이 증가하고 임직원의 퇴직금 역시 기업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조 명예교수는 "미래도 보면서 협의해야 한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경쟁 상대인) TSMC가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자살행위를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피고용 신분도 교섭할 수 있어…삼성전자, 일방적으로 성과급제도 운영"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긴급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진환 기자
노사 관계를 연구해 온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법체계에선 상법뿐 아니라 노동법도 있다"며 "기업의 운영에 대해 주주뿐 아니라 피고용 신분도 교섭할 수 있고 다툼이 생기면 분쟁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나름대로 소득 개선 교섭을 하고 (쟁의행위로) 행동하겠다는 것은 노동법 원리로 (위법 행위라면) 국가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운영했던 성과급 제도에도 모순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이미 일방적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운용해 왔다""며 "직원들이 알지도 못하는 일방적인 (산식을) 정해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그간) 성과급 (지급을) 주장한 것은 기업인데 성과급 (규모가) 이렇게 커지니 '성과급(은 고정급여가) 아니다'라고 한다"며 "직원들이 (성과급 산식에) 동의하는 형태였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홍 명예교수 역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 등 매번 적자 사업부에도 보너스를 줬는데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라는 방식을 이상하게 운영했다"며 "삼성전자가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노조는 "투명하지 않은 EVA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 기준은 정작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goodd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