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성 기업 판로 확보·글로벌 진출 지원 나서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7일, 오후 04:07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남성 기업인들은 골프도 치고 술자리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여성은 아직 그런 기회가 제한적입니다. 사업도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해요.”

국내 최대 여성 경제인 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박창숙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여성 기업인들이 여전히 ‘이중 부담’ 속에서 어렵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환경은 개선됐지만 육아와 가사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박창숙 여경협 회장
박 회장은 “예전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산업 현장 출입조차 쉽지 않았다”며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성 기업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89년 창우섬유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봉제 사업을 하는 여성 기업인은 있었지만 섬유를 직접 짜내는 제조 공장을 여성이 차린 건 그가 국내 최초다.

그만큼 고충도 많았다. 박 회장은 “다른 기업에 기계 제작을 맡겼는데 그 당시에는 여자가 들어오면 재수가 없다면서 현장 출입을 막고 소금을 뿌렸다”라며 “내가 내 기계를 주문했는데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을 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과거 사업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전했다.

사업 초기에는 대부분을 홀로 버텨야 했다. 그는 “도와달라고 하면 남성 사업가들이 괜히 오해받는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다”며 “그래도 전에 근무하던 섬유 회사의 대표님 등 도움 주시는 분들이 있어 길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지금도 여성 기업인들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그는 “과거에는 비즈니스 협의가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그 네트워크에 낄 수가 없었다”며 “요즘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사업을 하면서도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1~2인 여성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1인 기업은 혼자서 4~5인 역할을 한다”며 “사업을 돌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집에 가서도 살림을 해야 하고 아이 돌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육아는 경영 중단과 직결되는 생존 문제”라며 “소득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라 돌봄이나 가사 지원 서비스 등 주변 도움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박창숙 여경협 회장
최근 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펨테크’(FemTech) 지원 확대도 이 같은 여성 기업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제품·서비스 산업을 의미한다. 박 회장은 “출산과 육아, 여성 건강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며 “1·2인 여성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현장 반응도 뜨겁다. 올해 처음 정부 지원이 이뤄진 펨테크 산업 육성 사업은 25개사 선발에 298개사가 몰리며 1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첫 사업부터 이렇게 높은 관심이 몰렸다는 것은 시장 수요와 성장 가능성이 이미 크다는 의미”라며 “펨테크는 여성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라 저출생·고령화 문제와도 연결되는 미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창업 열기 역시 최근 높아지고 있다. 협회가 운영하는 올해 여성창업경진대회에는 44팀 선발에 총 1712팀이 지원해 39대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참여율도 66% 증가했다. 박 회장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여성들의 창업 의지와 기술 기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특히 기술 분야 지원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 창업의 강점은 일상의 문제를 민감하게 발견하고 이를 시장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바꾸는 데 있다”며 “여성 창업이 생계형 창업을 넘어 기술형 창업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판로 확보와 글로벌 진출 문제를 여성 기업인들의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았다. 그는 “좋은 제품은 정말 많지만 홍보와 유통이 안 돼 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순 전시회 지원을 넘어 현지 시장 조사와 물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해외 전시회 참가도 중요하지만 실제 소비 흐름과 시장 구조를 분석하는 지원이 더 중요하다”며 “물류센터 대부분이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좋은 제품을 가진 여성 기업들이 유통 문제 때문에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박창숙 여경협 회장
오는 7월 첫째주는 다섯번째를 맞는 여성기업주간이다. 지난해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했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는 행사다. 박 회장은 “다가오는 여성기업주간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여성 기업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며 “정부가 실질 지원을 강화하면 여성 기업 생태계는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특별회원으로 모시고 싶다”며 “여성 기업인들에게 상징성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역할을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지난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국내 유일의 법정 여성경제단체다. 전국 21개 지회와 1만1000여 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여성경제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여성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여성 기업 수는 2023년 기준 337만개로 전체 기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매출액은 766조원에 달한다.

◇박창숙 회장은…

△1958년 경기 평택 출생 △(前) 대한적십자사 경기도 부회장 △(現)창우섬유 대표이사 △(現) 제11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現) 제7대 (재)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 △(現) 경기북부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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