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류 수출 3배 껑충…맥주는 반사이익·소주는 현지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7일, 오후 03:5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한국산 주류의 대만 수출이 1년 새 대폭 증가한 가운데 주종별로 성장 배경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맥주는 글로벌 주류 기업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컸던 반면, 소주와 과일 리큐르는 대만 청년층의 소비 트렌드를 파고들며 실질적인 수요 확대를 이끌어냈다.

롯데칠성음료가 과일소주 시장 선점을 글로벌 주요 대학 풋볼경기장에 순하리 부스를 설치하고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17일 KATI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대만으로 수출된 전체 주류 물량은 1187만 4570리터(ℓ)로 2024년 411만 6447ℓ 대비 188.5% 늘었다. 특히 한국산 맥주의 수출량은 전년보다 8배 폭증하며 대만 수입 맥주 시장 5위권에 진입했다.

이 같은 맥주 수출의 급격한 성장은 한국 브랜드 자체의 수요 확대보다는 글로벌 주류 공급망 재편의 영향이 컸다. 대만 재정부가 지난해 중국산 맥아 맥주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존에 중국에서 생산돼 대만으로 공급되던 글로벌 맥주 브랜드 물량 일부가 한국 생산분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버드와이저 등 글로벌 맥주 브랜드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중국 생산분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자, 한국 공장이 대만 공급망의 대체 생산지로 활용됐다는 분석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대만 내 한국 맥주 성장에는 대만과 중국 간 정치적 이슈로 중국 생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서 중국산 버드와이저를 한국 생산으로 우회 생산하기로 한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만 관세당국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중국산 맥아 맥주에 임시 반덤핑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이후 19.13~51.94%의 관세를 최종 적용했다. 이에 따라 버드와이저 계열 중국 생산 법인에는 31.3%, 기린 맥주 중국 생산 법인에는 19.13%의 관세율이 책정됐다.

반면 소주와 RTD(레디투드링크) 주류는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확고한 판매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산 RTD 주류는 대만 수입 시장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6배 증가했다.

대만은 주류의 전자상거래가 제한되어 있어 세븐일레븐, 까르푸 등 오프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국내 주류업체들은 이 점을 공략해 편의점을 중심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 외에도 자몽, 청포도, 레몬에이슬 등 과일 리큐르 수출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순하리, 새로 오리지널 등을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일향 제품 인기가 높다”며 “대만 전체 주류 수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청년층의 음주 문화 변화와 한류 열풍도 수출 호조를 뒷받침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하고 편의점 주류를 조합해 마시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초록색 소주병과 하이볼 음용법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 점도 성장을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주류 온라인 판매가 제한돼 편의점과 대형마트 입점이 시장 확대의 핵심”이라며 “한국산 주류가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한류 마케팅뿐 아니라 야시장, 음악 축제, 여름 맥주 축제 등 현지 문화와 결합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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