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장기금리이자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했다. 국채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및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 위축으로 인해 그동안 '팔천피'까지 폭등했던 코스피가 당분간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36포인트(p) 오른 4.595%에 마감했다. 이날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0.115p 오른 5.128%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자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물가 상승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채권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 및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이 장기 채권 보유에 대한 리스크를 키웠고, 이것이 국채에 반영돼 장기금리를 밀어올렸다.
증권업계에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심리적 저항선을 통상 4.5%로 여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채권 수익률이 이를 넘어설 경우 시중 자금이 상대적 위험자산인 주식 대신 채권으로 몰려 주가가 하락하는 증시 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시장에선 미 국채 10년 금리 4.5%를 '고통 지점(pain point)'로 규정하는데, 이를 초과할 경우 주식시장 조정의 촉매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며 "비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도 10년 금리가 고통 지점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면 '1보 후퇴'하는 '타코(TACO)'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고점은 4.792%(종가 기준)를 기록한 지난해 1월 14일이다. 이날 1만 9044.39였던 나스닥 지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4월 8일에는 1만 5267.91까지 곤두박질치며 약 3개월 동안 19.83%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도 5842.91에서 4982.77로 14.72% 하락했다.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을 돌파했다가 7500선 이하로 급락하며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8천 돌파를 축하하며 뿌렸던 색종이를 치우고 있다. 2026.5.15 © 뉴스1 안은나 기자
시장에선 미국 국채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유가 상승 기간이 길어지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확대해 금리를 더욱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도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나면서 중동 전쟁 장기화 및 유가 상승 우려가 더욱 확대됐다.
증권업계는 이 경우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위험자산 비중 줄이기에 나선 외국인이 신흥국인 한국 주식의 비중을 낮춰 코스피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과 단기간에 급등한 코스피 지수도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며 무려 31조 8908억 원을 내다팔았다.
특히 국채 금리 상승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서버 설비투자(CAPEX)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후방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위축돼 코스피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는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주목해 투자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파생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할지도 주식 비중 축소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다. 이 밖에도 금리 상승 압박에 처한 빅테크 기업의 CAPEX가 후퇴할지도 AI 랠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 상승 자체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금리의 상승은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 물가 불안, 채권시장 수급 우려 등 비용 측면의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