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포용금융, 복지 아니다…'약탈적 금융' 원인 제공자가 해결해야"

경제

뉴스1,

2026년 5월 18일, 오전 06:00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이 8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8 © 뉴스1 김민지 기자

“포용금융을 절대 복지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약탈적 금융’의 원인을 제공한 금융권이 사회적 리스크를 나눠 지는 시스템으로 풀어야 합니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포용금융’에 대해 국가 재정이 아닌 금융 시스템 내부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신용자를 제1금융권 밖으로 밀어내 고금리 시장에 머물게 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 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성실하게 갚아도 저신용자가 1금융권으로 올라갈 수 없는 단절 구조가 있다”며 “은행이 고금리 대출 구조에서 얻은 초과 이익을 활용해 기본대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잔인한 금융’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가운데, 서민금융 현장을 맡은 김 원장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기본대출’을 제시한 것이다.

김 원장은 “2금융권 이하 차주 678만 명의 대출 잔액은 약 184조 원이고 평균 금리는 약 14%”라며 “1금융권 평균 금리 6%를 뺀 8%포인트를 적용하면 약 14조7000억 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가난한 사람에게 더 비싼 이자를 물리는 구조에서 발생한 약탈적 이익”이라며 “이 재원의 일부를 활용해 고금리 대출의 30%가량을 기본대출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포용금융을 복지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복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지만, 기본대출은 금융 시스템의 왜곡을 금융권 스스로 바로잡는 방식”이라며 “은행뿐 아니라 빚투로 이익을 얻은 금융투자업계, 가상자산업계도 사회적 연대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김용범 정책실장의 ‘잔인한 금융’ 문제 제기를 어떻게 보나.
▶시기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우리가 준비하던 내용과 김 실장의 문제 제기가 함께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 큰 방향에서는 공감한다.

한국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결함은 제1금융권이 저신용자를 철저히 배제한 채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다. 특히 신용평가사 두 곳이 과거 연체 데이터 위주로 평가하다 보니, 성실하게 상환해도 1금융권에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단절이 생긴다. 신용평가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독일의 슈파르카세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나.
▶독일 유학 시절 직접 이용해봤지만, 우리와는 토양이 다르다. 독일은 지자체 중심의 공법 체계와 길드 제도가 기반이다. 그대로 들여오면 우리 산업은 과거 도제식 구조에 머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맹목적 도입이 아니라 한국인의 금융 습관과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한국형 모델이다. 통신비, 세금 납부, 생활 데이터 등을 활용해 신용평가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이 8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5.8 © 뉴스1 김민지 기자

-기본대출의 핵심 논거는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은 387조 원이고, 차주는 1160만 명이다. 이 가운데 1금융권을 이용하는 차주는 41.5%, 약 418만 명에 그친다. 1금융권 차주의 최저 신용점수는 781점이다.

반면 서금원을 찾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626점이다. 그런데 1년 이상 성실 상환하고 2년이 지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426점에 불과했다.

신복위 채무조정이 확정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303점이다. 이들이 2년간 성실하게 상환해 완납해도 평균 신용점수는 504점 수준이다. 아무리 갚아도 1금융권으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2금융권 이하 차주 678만 명의 대출 잔액은 약 184조 원이고 평균 금리는 약 14%다. 1금융권 평균 금리 6%를 빼면 8%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를 184조 원에 적용하면 약 14조7000억 원이다.

이것이 은행이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얻는 약탈적 이익이다. 이 재원을 활용해 고금리 대출의 30% 정도를 기본대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국고 투입 없이 금융권의 과도한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포퓰리즘이나 도덕적 해이 우려도 있다.
▶그래서 절대로 복지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복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다. 기본대출은 약탈적 금융의 원인 제공자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가 아니다.

금융은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 금융은 서구에 비해 탐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 관치는 최소화해야 하지만, 시장의 기본 룰을 어기는 폐해에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은행뿐 아니라 빚투로 이익을 본 금융투자업계, 가상자산업계도 사회적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결국 사회 전체의 리스크가 커지고 잘 사는 사람의 자산 가치도 위협받는다. 이걸 '위험 분배' 차원에서 설득해야 한다. 못 사는 이웃이 많아지면 결국 내 집값도 떨어진다는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

-취임 이후 포용금융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
▶그동안 포용금융은 어려움이 발생한 이후 금융취약계층을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취임 이후에는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수요자 마인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포용금융은 단순한 일회성 자금 지원이 아니라 위기 이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개인 상황에 맞는 종합 지원 체계를 통해 실질적인 재기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이용자 데이터 분석과 정책 설계 역량도 함께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35년 전 시댁 빚이 8억 원이었다. 옥탑방에서 시작했고, 연탄가루 날리는 집에서 살다 폐결핵까지 걸렸다. 남편과 함께 처절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빚을 다 갚았다.

나야말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다. 그래서 서민들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임계점이 어디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을 돕는 일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서금원과 신복위 통합 계획은 어떻게 추진되나.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서민금융 이용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다. 법적 지위와 기능 차이로 통합이 쉽지 않은 점은 분명 있지만, 정책서민금융 지원과 채무조정 기능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면서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대출·채무조정·재기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용자가 한 번의 상담으로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정비할 계획이다.

6월 11일 금융기본권연구단을 발족하고, 8월쯤 ‘금융기본권 보장법’ 제정을 추진해 법적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2028년 한국이 G20 의장국을 맡는 시기에 ‘K-민생금융’을 세계적 의제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1965년 전북 전주 출생. 한국외국어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 금융감독원 설립 21년 만에 첫 여성 부원장으로 발탁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이끌었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지냈고, 이재명 정부 출범 과정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올해 1월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에 취임했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이 8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8 © 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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