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베팅서 딜 선별로…달라진 LP 전략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LP들의 출자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펀드레이징 부진과 엑시트 지연,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어지면서 과거처럼 대형 블라인드펀드에 자금을 맡겨 시장 전반의 성장에 올라타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이다. 이에 따라 우량 운용사가 주도하는 개별 딜을 선별해 담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시장 전체에 넓게 베팅하기보다 어떤 기업에,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공동투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LP들이 포트폴리오를 보다 정교하게 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LP가 운용사에 돈을 맡기고 투자 판단을 일임하는 블라인드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과 거래 구조가 비교적 분명한 개별 딜에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인 만큼, LP 입장에서는 운용사가 짜놓은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 거래의 매력도를 따져 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동투자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비용 효율성과 통제력 강화가 꼽힌다. 공동투자 펀드는 블라인드펀드보다 특정 거래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높고, 산업·지역·기업 규모별 노출을 직접 조정하기 쉽다는 점이 강점이다. 운용보수와 성과보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사모시장 전체에 넓게 베팅하기보다 성장성이 높은 섹터, 방어력이 있는 기업, 검증된 리드 GP가 주도하는 거래를 골라 담으려는 수요가 커지는 이유다.
다만 공동투자가 만능카드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개별 딜에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속도와 선별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데다가 우량 거래일수록 투자 검토에 주어진 시간이 짧고, LP가 모든 정보를 직접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담스스트리트파트너스 측은 이데일리에 "이 때문에 공동투자에서는 어떤 리드 GP가 거래를 이끄는지가 중요하다"며 "해당 산업과 기업을 깊이 이해하는 운용사가 주도하는 딜인지, 공동투자 매니저가 제한된 시간 안에 가격과 구조, 회수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는지가 성과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좋은 딜 찾아 돈 몰린다…공동투자 펀드 확산
LP들이 좋은 펀드에 돈을 맡기면 된다는 방식에 만족해하지 못하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겨냥한 공동투자 전용 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담스스트리트파트너스다. 아담스스트리트는 최근 25억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여섯 번째 공동투자 펀드를 결성했다. 당초 목표액을 웃도는 규모로, 회사는 이 펀드를 통해 거래별로 2500만달러에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공동투자 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대형 GP가 주도하는 거래에 빠르게 자금을 붙일 수 있는 딜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담스스트리트 외에도 공동투자 펀드 결성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파트너스캐피털은 지난 2월 북미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기관투자가와 패밀리오피스로부터 10억달러 이상을 모집, 공동투자 펀드를 결성했다. 이 밖에 CF프라이빗에쿼티도 지난 1월 1억8700만달러 규모의 공동투자 펀드를 결성했다. 사모시장 전반의 출자 환경은 얼어붙었지만, 좋은 딜만 골라 담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국내 LP들도 공동투자를 낯설게만 보지는 않지만, 방식은 글로벌 시장과 다소 다른 모양새다. 해외에서는 LP가 개별 딜에 직접 따라붙는 공동투자가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공동투자 전용 펀드나 프로젝트펀드, 인수금융 펀드 등으로 구조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교직원공제회가 2023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1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공동투자펀드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동투자가 국내 LP들의 출자 전략으로 더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낮은 보수율보다 딜 접근성, 리드 GP 검증, 사후 관리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브 브렛 아담스스트리트파트너스 파트너는 이데일리에 "공동투자는 수수료 할인권이 아니라 딜 선별권에 가깝다"며 "남들이 들어가는 펀드에 함께 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GP가 어떤 기업을 어떤 가격에 사는지까지 따져보고 자금을 넣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LP들이 공동투자를 확대하려면 낮은 보수율만 볼 것이 아니라 딜 접근성, 리드 GP 검증, 사후 관리 역량을 함께 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