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필요에 따라 돈을 더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알고리즘에 따라 공급량이 제한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흔히 ‘디지털 금’이라고 부른다. 금이 땅속에 무한히 묻혀 있지 않은 것처럼 비트코인도 무한정 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는 약 4년마다 반감기(Halving)가 찾아온다. 반감기란 채굴자가 블록 하나를 만들 때 받는 비트코인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블록 하나를 만들면 50비트코인을 받았지만 이후 25개, 12.5개, 6.25개, 3.125개로 줄어들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2140년 무렵에는 비트코인의 신규 발행이 사실상 종료된다.
(사진=챗GPT)
2140년 이후 사라지는 것은 첫 번째 의미, 즉 새 비트코인을 받는 채굴이다. 그러나 두 번째 의미, 즉 거래를 확인하고 장부를 유지하는 일은 계속 필요하다.
비유하면 이렇다. 지금의 채굴자는 금광에서 새 금도 캐고, 동시에 금 거래 장부도 관리하는 사람과 같다. 그런데 2140년 이후에는 더이상 새 금은 캐지 못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금이 누구에게서 누구에게 이동했는지를 계속 기록하고 확인하는 역할은 남는다. 따라서 2140년 이후에도 채굴자는 필요하다. 다만 그 역할은 “새 비트코인을 얻는 사람”에서 “비트코인 장부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2140년 이후 채굴자는 무엇을 받고 일할까. 현재 채굴자는 두 가지 보상을 받는다. 하나는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이고, 다른 하나는 거래수수료다. 비트코인을 보내는 사람은 자신의 거래가 블록에 포함되도록 일정한 수수료를 부담한다.
채굴자는 그 거래를 블록에 담고, 블록 생성에 성공하면 그 수수료를 가져간다. 은행 송금에서 은행이 송금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슷하지만, 비트코인에서는 중앙기관이 아니라 채굴자가 그 역할을 한다.
2140년 이후에는 새 비트코인 보상이 없어지므로, 채굴자의 보상은 거래수수료만으로 이뤄진다. 즉, 비트코인을 보내는 사람들이 내는 수수료가 비트코인 장부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수입원이 되는 것이다. 이 구조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트코인은 더이상 새 코인을 발행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내는 수수료로 운영되는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과연 거래수수료만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충분히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의 안전성은 전 세계 채굴자들이 투입하는 막대한 연산 능력, 즉 해시파워에서 나온다. 악의적인 공격자가 이중지불을 시도하려면 전체 연산 능력의 50%를 초과하는 해시파워를 장악해야 한다. 흔히 이를 ‘51% 공격’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과반수, 즉 50% 초과의 연산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매우 큰 해시파워로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2140년 이후 거래 수수료 수입이 충분하지 않다면 일부 채굴자는 채굴을 하지 않고 떠날 수 있다. 채굴자가 줄어들면 네트워크의 방어력도 약해진다. 그래서 2140년 이후 비트코인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새 비트코인으로 보상하지 않는데도 채굴자가 남을까”가 아니고,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그때도 사람들이 비용을 내고 지킬 만큼 가치 있는 장부로 남아 있을 것인가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2140년에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정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트코인을 많이 가진 사람은 네트워크가 안전해야 자기 재산도 안전하다. 네트워크가 공격받거나 신뢰를 잃으면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보유자, 거래소, 금융기관, 결제회사 등은 비트코인 장부를 유지하는 활동을 당연히 뒷받침할 경제적 이유가 있다. 이들은 직접 채굴에 참여할 수도 있고, 보안 인프라에 투자할 수도 있으며, 수수료 시장을 통해 네트워크 유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
국가나 대기업도 미래에는 중요한 참여자가 될 수 있다. 어떤 국가가 외환 보유고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거나, 어떤 대기업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한다면, 그들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그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안전성에 직접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이 경우 비트코인 장부를 지키는 일은 비트코인 인프라를 보호하는 전략적 행위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가능성은 비트코인이 고가치 정산망으로 자리 잡는 경우다. 2140년 이후에는 모든 소액거래가 비트코인 본래의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처리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같은 레이어2 네트워크나 여러 결제 시스템에서 일상적인 소액 거래가 처리되고, 비트코인 본래의 블록체인은 최종 정산망처럼 사용될 수 있다. 작은 거래는 레이어2 네트워크에서 빠르게 처리하고, 중요한 최종 결론만 비트코인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거래는 많지 않더라도, 한 건 한 건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클 수 있다. 대형 금융기관 간 정산, 국가 간 가치 이전, 대규모 자산 이동 같은 거래라면 높은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안전하게 기록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경우 거래수수료는 단순한 송금 수수료가 아니라, 거대한 금융 시스템의 최종 정산 비용에 가까워진다.
물론 모든 가능성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거래 수수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채굴자들이 줄어들 수 있다. 더 뛰어난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고, 각국의 규제가 강화될 수도 있다. 양자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보안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이 지금의 신뢰를 2140년까지 유지하지 못한다면, 공급량이 고정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를 보장받을 수는 없다. 희소성은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믿고 사용해야 가격과 신뢰로 연결된다.
2140년은 비트코인의 종말이 아니라 성숙기의 시작일 수 있다. 새 비트코인이 더이상 발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금광이 고갈된다는 뜻이지, 금의 거래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신규 발행은 멈추지만, 비트코인 장부를 유지하고 가치를 이전하는 기능은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2140년 이후 비트코인의 핵심은 새로운 비트코인을 얼마나 더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비트코인 장부를 얼마나 안전하고 신뢰 있게 유지하느냐다. 비트코인이 미래에도 인류가 신뢰하는 디지털 금으로 남는다면, 사람들은 그 장부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낼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채굴은 더이상 새 코인을 캐는 일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희소한 디지털 자산의 장부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