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세지출 수혜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돌아가는 비중이 커지자 과세 형평성과 소득재분배라는 본연의 기능이 약화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올해 조세지출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면서 실효성이 낮은 혜택을 없애는 것은 물론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유리한 제도를 재설계해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올해 기준 총 278개 항목, 국세감면액이 80조 5000억원에 달할 걸로 전망되는 조세지출은 ‘역진성’이 커지고 있단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힌다.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의 비중이 더 늘고 있다는 의미다.
18일 재정경제부의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중·저소득자(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200%인 근로소득 8700만원 이하)에 돌아가는 국세감면 혜택은 2024년 31조 396억원에서 2026년 33조 3560억원으로 2조 3000억원가량 늘어나지만, 전체 국세감면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7.5%에서 64.9%로 줄어든다.
반면 고소득자에 대한 국세감면 혜택은 14조 9625억원에서 18조 369억원으로 약 5조원 불어나고, 차지 비중도 전체의 32.5%에서 35.1%로 확대된다. 보험료·의료비·기부금 세액공제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소득이 높을수록 절세 효과가 커지는 항목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소기업 국세감면 비중은 올해 2024년보다 4.0%포인트 줄어드는 반면, 대기업 비중은 6.7%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 혜택 편중이 높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실적만 해도 2024년 2조 9574억원에서 올해 4조 3954억원으로 48% 증가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그동안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등 조세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내야 할 세금이 많은 대기업·고소득자의 혜택이 함께 커졌다”며 “비과세·감면 확대는 통상적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제 시스템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따져 ‘선택과 집중’ 필요…“조세지출, 재정지출로 전환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조세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소득층 지원 성격의 감면은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소득이 적은 근로자에 주는 근로·자녀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조세지출의 ‘기타감면’ 유형에 속하는 근로·자녀장려금은 감면액과 감면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2024년 국세감면액은 5조 6977억원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5조 3747억원으로 6.7%에 그칠 전망이다. 명목임금이 상승하면서 수급 대상은 줄고 저출산 영향까지 겹친 결과다.
근로소득세 부담 완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근로소득세는 2024년 법인세 규모를 넘어섰는데, 물가 상승에도 기본공제가 장기간 그대로 유지되며 사실상 증세효과가 발생한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16년간 물가는 올랐지만 근로소득세 기본공제는 그대로라 직장인들이 강제 증세를 당했다’고 했던 만큼, 중산층·근로자 부담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번 혜택을 주기 시작하면 폐지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손꼽힌다.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지면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관행적으로 연장해왔기 때문이다.
농·임·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와 교육비·의료비 특별세액공제 등 1970년대에 도입된 항목들이 50년간 유지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효과가 검증된 항목은 상시제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상시화된 사례는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와 영유아용 기저귀·분유 부가가치세 면제 등 2건에 불과하다.
실적 없이 유지되는 감면도 적지 않다. 2013년 일몰됐으나 2024년에 부활한 ‘해외자원개발투자에 대한 과세특례’는 올해 일몰 예정임에도 실적이 전무하다. 기회발전특구와 관련한 각종 감면과 과세특례도 활용 사례가 거의 없는 상태다.
정부는 올해 최초로 조세감면 실적과 분야·세목별 분석 결과를 담은 조세지출결산서를 작성해 오는 8월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조세지출 구조조정 결과도 세제개편안에 담는다.
정세은 교수는 “재정지출과 혜택이 중복되거나 효과 낮은 제도들을 줄이는 방식으로 백화점식 조세지출을 바꿔야 한다”며 “역진성을 해소하고 재정지출로 전환해 어려운 계층을 집중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