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감면 ‘포퓰리즘’에 취한 여야…5개 감면 신설, 11개는 혜택 확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05:01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세부담을 낮춰주는 조세지출을 대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실제로 폐지된 제도는 많지 않다.

선거와 여론 등을 의식한 정부와 정치권이 일몰마다 시한을 계속해서 연장해온 탓이 가장 크다. 특히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감면 혜택 연장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며 조세지출(세부담을 줄여주는 지원) 개편을 번번이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조세지출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려면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정치권 협조부터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일몰이 도래해 폐지된 조세지출은 36개로, 연평균 7.2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조세지출 정비를 강조한 지난해에도 일몰 대상 72개 항목 중 폐지된 것은 7개뿐이다.

반면 일몰을 단순 연장한 지출은 45개에 달했고, 11건은 오히려 혜택을 오히려 확대했다. 새로 만들어진 감면 제도도 5개에 이른다.

조세지출은 특정 산업이나 계층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로, 그 특성상 일몰이 도래하면 자동 폐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 없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 생긴 혜택이 사라지기는커녕 ‘상시 제도’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가 대표적이다.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세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했지만 지난해 일몰 기한을 11번 연장하며 사실상 영구적인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신용카드 보급 확대로 세원 투명성이란 정책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폐지되지 않으면서 지금은 소비 진작과 직장인 세부담 경감 수단으로 목적이 변질됐다. 최근 정부는 전년에 비해 카드사용액을 늘리면 소득공제 혜택을 더 주는 방식으로 공제제도를 확대하기도 했다.

정책 목적 달성에도 일몰을 단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혜 대상자들의 조세저항 때문이다. 혜택을 받던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예컨대 농협·수협·신협 등 조합원들의 대출·예금 관련 인지세를 깎아주는 ‘농·어민 인지세 면제’는 올해 혜택 규모가 71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음에도 폐지 시 조합원과 관련 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 역시 표심을 의식해 일몰 연장에 동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한 번 생겨난 비과세·감면혜택은 당연시되기 때문에 효과성을 고려해 없애려 해도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일몰이 도래한 조세지출 항목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일몰기한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조세감면·비과세 등 세감면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100건이 넘게 발의돼 있다.

문제는 조세지출 ‘남발’이 세수감소로 이어져 재정건정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조세지출예산서 분석’ 보고서에서 “조세지출은 국세수입·재정지출과 달리 경제여건이나 세입 증감과 무관하게 법 규정에 따라 세수손실을 초래한다”며 “최근 10년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국세감면율의 법정한도 하회에도 국세감면액 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부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조세지출 구조조정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데다 국회도 여대야소 구도로 정부와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실제 개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세지출이 이만큼 유지된 건 국회의 일몰 반대가 주요한 이유였지만 사실상 정부의 의지도 크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서민 지원 제도를 어떻게 없애느냐고 주저해선 안된다. 조세지출 항목 278개는 절반 수준으로 줄여 재정지출로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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