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동국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자금세탁방지(AML)가 상당히 중요한 의무이기는 하지만 FIU가 산업의 육성과 진흥을 위한 현장 목소리도 좀 더 충분히 반영해 운용의 묘를 좀 살렸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FIU는 지난 3월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감독규정 개정안 규정 변경예고를 했다. 개정안에는 △1000만원 이상 거래 의심거래보고(STR) 의무 확대 △고객확인(KYC) 정보 검증 의무 강화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 등이 담겼다.
FIU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CEO 및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와 만나 이같은 개정안 관련 첫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FIU는 가상자산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해외 거래가 보다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규제 준수 비용 감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존의 STR보다 완화된 방식으로 진행해 업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참조 이데일리 5월17일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1000만원 이상 코인 해외거래에 전수 신고를 의무화 한 부분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며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황 교수는 “(FIU와 가상자산거래소 간) 충돌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와 제재가 먼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1분기 중에 국정과제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통과 계획을 보고했으나 법안 내용 이견, 미·이란 전쟁, 지방선거 등으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규제 내용은 법에는 넣지 않고 시행령 만들 때 논의했으면 한다”며 50%+1주 및 지분 규제 논란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이용자 보호 △회계 기준 △준비자산 관리 △공시 체계 △커스터디 책임 구조 등을 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법인 투자 제한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부재는 국내 시장의 유동성과 제도권 참여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라며 시장활성화 대책 중에 △법인 시장 개방 △비트코인 현물 ETF부터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이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간 관계에 대해선 “결국 어떤 수단이 선택될지는 시장과 이용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국민들이 평가하는 편의·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이번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단순한 자금세탁방지(AML) 보완 수준을 넘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자체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을 포함하고 있다. 매우 신중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시행령 입법예고 이전에 업계·전문가·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과정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은 절차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특히 디지털자산 산업은 제도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한 시장이다. 충분한 교감 없이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되면서 시장 혼란과 불신이 커진 측면이 있다. 규제 자체보다 예측 가능성 부족이 더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방지(AML) 규율체계와 한국 특정금융정보법 정비 과제’ 간담회(민병덕·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에서 특금법 시행령 관련 업계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자료=한서희 변호사)
△시행령에서 ‘1000만원 이상 해외거래에 전수 신고 의무’를 부여한 부분은 수정돼야 한다. 1000만원 이상 이전 거래를 사실상 의심거래보고(STR)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은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기본 원칙인 위험 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과 다소 배치될 수 있다. 특정 금액 이상 거래를 일률적으로 위험 거래처럼 취급하는 방식은 AML의 정교화라기보다 행정 편의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FIU는 글로벌 규제 강화에 추세에 맞춰 규제 강화는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실제 자금세탁은 금액 자체보다 거래 구조, 반복성, 우회성, 이상 패턴 분석이 핵심이다. 단순 금액 기준 중심 규제는 선량한 일반 이용자에게 과도한 부담만 주고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현재 국내 거래소들은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사업자에만 과도한 규제가 집중될 경우 결국 이용자와 거래량이 해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FIU는 19일 거래소와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순 설명회 수준이 아니라 실제 수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의미가 있다. 규제기관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설명만 하는 구조로 비춰질 경우 시장 신뢰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AML이 상당히 중요한 의무이기는 하지만 FIU가 산업의 육성과 진흥을 위한 현장 목소리도 좀 더 충분히 반영해 운용의 묘를 좀 살렸으면 한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진=연합뉴스)
△현재 이어지고 있는 FIU와 주요 거래소 간의 소송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의 미성숙과 불확실성이 누적된 결과다.
특금법 도입 이후 AML 중심 규제는 빠르게 강화됐다. 하지만 정작 산업 운영 기준과 내부통제 기준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이 상태에서 강한 제재부터 적용되다 보니 사업자와 당국 간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법원이 두나무 사건에서 사업자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거래소 편을 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FIU 제재의 비례성과 재량 범위에 대해 일정 부분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나무 항소심은 어떻게 전망하나.
△향후 항소심에서는 단순 법 위반 여부보다도 ‘어느 수준까지 사업자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가’, ‘당국의 제재 재량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사업자들이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용자 보호와 AML 체계 구축을 위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왔다는 점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충돌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와 제재가 먼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기관과 사업자가 소송으로 대립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산업 전체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입법 전망을 어떻게 보나.
△국회 입법 시점 역시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핵심 쟁점에 대한 정치권·당국·업계 간 조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실제 입법은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스테이블코인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고, 유럽은 이미 가상자산 관련 법인 미카(MiCA) 체계를 시행 중이다. 반면 국내는 핵심 원칙 논쟁이 반복되면서 시장 불확실성만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입법 지연 원인은.
△논의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쟁점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상당히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인다. 그런데 국내에서만 지나치게 특수한 규제 구조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전체 논의가 멈춰버린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은행 중심 50%+1주 컨소시엄 구조’나 거래소 지분 규제 같은 내용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진입 제한 또는 산업 통제형 구조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지분 규제가 시행되면 5대 거래소 대주주 모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 제한은 두나무와 코빗 인수를 각각 추진하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료=각 사 및 업계 추정)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규제 내용은 법에는 넣지 않고 시행령 만들 때 논의했으면 한다.
그리고 입법을 정상화하려면 국내 특수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제 정합성을 기준으로 다시 논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국회 일정과 글로벌 규제 흐름까지 함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방향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를 만들어도 실제 시장에서는 활용되지 못하는 고립된 규제 체계가 될 우려가 크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50%+1주, 지분 규제 이외에 고민해야 할 점은.
△정작 더 중요한 이용자 보호, 회계 기준, 준비자산 관리, 공시 체계, 커스터디 책임 구조 같은 핵심 논의들까지 모두 뒤로 밀리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데, 국내 논의는 여전히 특정 산업 참여자 제한 문제에 묶여 있는 모습이다.
또한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지나치게 규제와 통제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특히 블록체인 보안,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 책임 구조, 커스터디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준비자산 검증 체계, 해킹 피해 배상 구조 같은 실질적 쟁점들은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파생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은.
△국내 시장이 지나치게 현물 거래 중심 구조에 갇혀 있는 점이 우려된다. 이미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디지털자산을 넘어 주식·원자재·상장지수펀드(ETF)·파생상품까지 통합 금융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제한적 현물 거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되면 결국 국내 이용자들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시장은 단순 투기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유동성 공급, 가격 발견, 위험 헤지 기능까지 수행하는 핵심 금융 인프라 영역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논의 자체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시장 자체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향후 어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나.
△신현송 총재가 기존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진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배제 대상이 아니라 CBDC와 함께 논의 가능한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중앙은행과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대립 구조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주요국들도 두 체계가 일정 부분 공존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스테이블코인과 CBDC가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결국 어떤 수단이 선택될지는 시장과 이용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국민들이 편의성과 신뢰성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제도는 그 선택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수단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급결제 안정성, 준비자산 투명성, 이용자 보호, AML 체계 등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신뢰 경쟁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처리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블록체인 업계에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와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될 전망이다. 입법이 늦어지고 불확실성이 계속될수록 신산업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 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시장 흐름보다 국내 규제 논리에 지나치게 갇혀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이미 글로벌 경쟁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만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시장이 국내에 머무르는 시대는 아닙니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은행 소유 규제 완화, 금산분리 개선, 법인 투자 허용,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조성자(MM) 제도, 복수 거래소 체계, 파생상품 거래 허용 등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논의되거나 제도화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수준 논의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순위 논의·도입이 필요한 사안은.
△법인 투자 제한과 현물 ETF 부재는 국내 시장의 유동성과 제도권 참여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기관 참여가 제한된 시장은 결국 개인 투자자 중심의 고변동성 구조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강한 국내 규제는 결과적으로 국내 거래소만 불리하게 만들고, 해외 거래소 의존도를 높이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이용자들은 규제가 완화된 해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 안에서 국내 시장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업계가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까.
△앞으로는 규제기관과 산업계가 대립 구조를 반복하기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제도, 신뢰 인프라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제 단순 투기 시장이 아니라 금융·결제·자산관리·국제송금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인프라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논의는 여전히 통제와 제한 중심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고민 없이 규제만 강화될 경우, 결국 국내 시장과 기업만 위축되고 이용자들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규제 속도보다 시장과 기술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때문에 국내만의 특수 규제를 반복적으로 만들 경우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