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아지는 AC 시장...VC·기술지주도 초기투자 전면으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05:17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창업기획자(엑셀러레이터·AC) 시장이 오는 7월 규제 완화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딥테크 기업을 둘러싼 투자 경쟁이 더 이른 단계로 번지면서 벤처캐피탈(VC)과 대학 기술지주회사까지 AC 라이선스를 활용해 초기기업 발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AC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의 투자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민간 벤처모펀드 출자 대상에도 개인투자조합이 포함되는 만큼 초기투자 시장에서 AC 라이선스의 활용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월 1일 시행 벤처투자 제도 개편 주요 내용


18일 중소벤처기업부 운영 창업지원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벤처투자회사인 제이케이피파트너스와 루스벤처스가 창업기획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보유 기술의 사업화를 맡는 디지스트기술지주도 같은 달 AC로 신규 등록했다. VC 하우스뿐 아니라 대학 기술지주회사까지 AC 라이선스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초기기업 발굴·보육과 투자 기능을 함께 가져가려는 흐름이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벤처투자 제도 개편이 있다. 이번 개편은 초기창업기업 중심으로 설계됐던 AC와 개인투자조합의 운용 범위를 넓히고, 민간 자금이 초기투자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AC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의 투자 인정 범위가 넓어진다. 기존에는 투자의무 인정 범위가 초기창업기업 중심으로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국내외 투자유치 이력이 없는 창업 후 5년 이내 기업까지 포함된다. AC는 설립 4~5년차 기업 중 아직 외부 투자를 받지 않은 기업에도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투자의무 이행 기한도 완화된다. 개인투자조합과 창업기획자, 벤처투자회사, 벤처투자조합, 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의 투자의무 준수 기한은 기존 등록 후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정해진 기간 안에 투자처를 채워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 발굴과 보육, 후속투자 검토까지 더 긴 호흡으로 운용전략을 짤 수 있다.

민간 벤처모펀드의 의무 출자 인정 대상에도 개인투자조합이 포함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하위 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기존에는 의무 출자비율 산정 시 벤처투자조합 출자가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AC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 출자도 인정된다. AC 라이선스를 확보한 VC가 초기투자용 별도 비히클을 운용할 유인이 커지는 대목이다.

VC와 기술지주회사가 AC 기능을 강화하는 데는 딥테크 투자 환경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AI, 로봇, 반도체 등 기술기업은 사업화까지 시간이 길고 초기 단계에서 기술성 검증과 시장성 판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시리즈A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높아지거나 복수 투자사가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사 입장에서는 더 이른 단계에서 팀과 기술을 살피고 투자 접점을 확보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지난달 AC 라이선스를 확보한 루스벤처스의 최진용 대표는 “초기 기업 투자를 확대하려면 별도 펀드 조성이 필요한데, 최근 초기기업 대상 벤처투자조합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AC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의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초기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려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와 운용사 증가가 초기투자 시장의 저변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AC 수는 지난달 기준 520곳을 넘어섰지만, 실제 투자 집행은 여전히 일부 운용사에 집중돼 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투자금 20억원 이상을 집행한 AC 170곳이 전체 누적 투자금액의 96.9%를 차지했다.

상위 운용사 중심으로 투자 역량이 쏠린 상황에서 VC와 기술지주회사까지 AC 라이선스를 확보하면 초기 딜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딥테크 기업은 기술 검증과 사업화 지원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순히 투자 비히클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C협회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책임 있는 연속 투자와 성장 지원 측면에서 VC와 AC의 듀얼 라이선스 확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고유의 투자 전문성과 철학 없이 단순한 외형 확장이나 덩치 키우기식으로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은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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