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 전출신고 사유 현황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보증 제한 등 대출 규제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규제 강화를 검토하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실거주 의무를 일부 완화하는 등 거래 활성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비거주 1주택 대출 규제도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지만, 세부 기준 마련이 지연되면서 다음달 중 발표도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보증 제한과 기존 대출 만기연장 제한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해 왔다. 다만 규제 대상이 되는 ‘비거주 1주택자’ 범위 자체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검토는 계속하고 있지만 규제 범위부터 확정돼야 한다”며 “직장이동, 자녀교육, 일시적 비거주 등 사례가 워낙 다양해 단순히 비거주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기준을 정리해줘야 세부 규제 방식이나 대상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기조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토허제 지역 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를 기존 세입자 임차기간까지 유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토허제 구역 주택을 매입하면 4개월 내 입주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하지만, 거래 활성화와 실수요 보호를 위해 일부 완화가 논의되는 것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이른바 ‘세낀 매물’ 거래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 대출 규제가 실제 매물 확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초 규제 논리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보증을 제한해 세 낀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세입자가 거주 중인 ‘세낀 매물’ 특성상 매도 유인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입자가 거주 중인 이른바 ‘세낀 매물’은 일반 매물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거래도 쉽지 않은 편”이라며 “전세보증을 제한한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갑자기 물건을 대거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처분하더라도 다시 토허제 지역에서 갈아타기하려면 실거주 가능한 물건을 매수해야 하는데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며 “결국 싸게 팔고 비싸게 사야 하는 구조여서 규제를 하더라도 매도보다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전세시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비거주 1주택 규제를 통해 세낀 매물을 줄이고 실수요 거래를 늘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전세 공급 감소와 월세 전환 가능성을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보증 제한이 현실화하면 일부 집주인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규제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임차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동시에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3% 넘게 상승했고 전셋값과 월세 역시 지난해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경기 역시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매물잠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가 오히려 전세시장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도 추가 규제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대비 증감비율은 -148.6%로 집계됐다. 집단대출 회피와 일반 주담대 감소까지 겹치면서 금융권에서는 추가 규제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다시 빠르게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은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상황”이라며 “비거주 1주택 대출규제도 하반기 이후로 넘어가거나 장기 검토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 활성화와 공급 부족 해소가 정책 우선순위로 떠오르면서 규제 중심 대응은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