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26.5.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내년까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고유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정부의 물가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110~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로 국내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정책 종료 기준인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정 부담과 추가 대책 마련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내년까지 국제유가 100달러 안팎 전망…"고유가 장기화 우려"
19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최근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평균 95달러로 직전 전망(80달러)보다 15달러 상향 조정했다.
이는 6월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고 3분기 중 공급망이 상당 부분 정상화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전망이다.
다만 전쟁이 지속될 경우 올해 평균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차질이 6개월가량 이어질 경우 올해 평균은 120달러, 내년 평균은 9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HSBC는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고 소진이 증가하고 전후 공급이 더 어려워진다"며 "잔여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서치 전문기업인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최근 중동 전쟁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인프라 추가 피해 영향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중반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이 확전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경우 선진국 물가 상승률은 2.5%포인트(p)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도 이달 초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국제유가 전망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배경에는 실제 석유 공급 차질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의 4월 생산량은 하루 4010만 배럴로 전월 대비 190만 배럴 감소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생산량 감소 폭도 확대된 상태다.
공급 감소 여파로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IEA는 하루 약 600만 배럴 수준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3~4월 글로벌 석유 재고 감소 규모가 총 2억 5000만 배럴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추경에 4조2000억원 편성…최고가격제 장기화 부담
문제는 정부의 물가 대응 부담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내 유류 가격 상승 폭을 억제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관련 재원 4조 2000억 원을 편성하고 6개월간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방침이지만, 국제유가 상승에도 네 차례에 걸쳐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부담이 커진 상태다.
정부는 앞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경우 최고가격제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주요 기관들이 내년까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고유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경우 최고가격제를 종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가격제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정부 재정으로 일부 보전하는 구조인 만큼 국제유가와 국내 판매가격 간 격차가 확대될수록 보전 비용도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정부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점에는 유류세 인하 등 다른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 규모가 이미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도 국제유가 흐름과 재정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는 6개월간의 시행을 염두에 두고 추경을 편성했다"며 "예산 투입 규모와 국제유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 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