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사망할 때 갚겠다" 차용증 쓰고 아파트 구입…1700억원 꼼수증여 정조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6:38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 A씨는 위례 신도시에 20억원대 아파트를 사면서 ‘상가 건물주’ 부친에게서 10억원가량을 차용증을 쓰고 빌렸다. 차용증엔 “부친 사망시점에 빌린 돈과 이자를 일괄해서 갚겠다”고 쓰여 있었다. 과세당국은 통상적이지 않은 차용증을 확인한 후 A씨가 ‘허위 채무계약’을 통해 부모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걸로 의심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부동산시장의 탈세 혐의자에 다시 한 번 칼을 빼들었다. 대출 규제망을 피해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고액의 자금을 빌린 것처럼 위장하거나, 뚜렷한 소득 없이 대규모 현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부동산 탈세 혐의자 127명에 대해 19일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주택 취득 금액은 총 3600억원, 탈루 추정 금액은 1700억원에 이른다.

조사 대상자는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 사인간 채무 과다자 △시세차익을 노리고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다주택자 △시장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가격 상승지역 주택 취득자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다. 각 유형별로 30여명씩 추려 세무검증에 나선다.

30대 B씨는 강남학군에 30억원대 아파트를 대출 없이 모두 현금으로 사들였다. 대기업에 다니긴 했지만 신고소득에 비해 고액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점을 수상히 여긴 국세청은 B씨의 부친이 자녀의 아파트 취득 직전에 해외주식 30억원어치를 팔았단 점에 주목했다. 국세청은 B씨가 부친에게서 아파트 취득자금을 편법 지원 받아 증여세를 탈루했는지 세무조사로 검증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소득과 재산에 비해 과도한 자금을 동원해 시세차익 목적으로 다주택을 사들인 투기성 거래자도 정조준한다. 30억원대인 한강뷰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여 3주택자가 된 C의 사례 등이다. C씨는 3주택 보유로 최근까지 2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은 걸로 파악되지만, 중견기업 대표인 부모로부터 아파트 취득자금과 취득세·수수료까지 편법 지원받아 증여세를 탈루한 정황이 의심돼 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성북구·강서구 등 서울 비강남권과 광명·구리 등 경기 지역의 가격 상승지 주택취득자 가운데서도 조사 대상자를 선별했다.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도 집중적으로 살펴, 개인병원의 비급여 현금 매출 신고를 하지 않는 수법으로 50억원 상당의 강남권 대형 아파트를 매입한 치과의사 등을 조사 중이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실시간으로 공유받는 자금조달계획서를 토대로 소득 및 재산 내역을 연계해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자금출처 검증 과정에서 사업소득 신고누락이나 법인자금 유출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9일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우려가 제기된 변칙증여, 우회거래 등 편법을 이용한 세금회피를 추적하고, 부당 가산세 40% 부과와 더불어 조세 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한단 방침이다.

부동산시장의 탈세 행위에 대한 세무조사는 향후에도 고강도로 이어질 전망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사업자대출을 유용해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자에 대해선 상반기 자진시정 후 하반기부터 전수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대출금 부당 유용에 따른 탈세뿐 아니라 사업체 전반의 탈루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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