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대표 해임' 초강수 스타벅스, '인적 쇄신'보다 중요한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7:26

[이데일리 유재희 생활경제부장]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은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스타벅스가 진행한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텀블러 판촉 이벤트 때문이다. 문제는 날짜의 우연에 그치지 않았다. 홍보 문구에 포함된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 당국의 악명 높은 변명(“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을 연상시켰다.

스타벅스 측은 제품명을 활용한 프로모션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필 18일에 ‘탱크데이’를 배치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과오다.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광주 시민을 짓밟았던 비극적 역사를 고려할 때, 이날의 ‘탱크’ 마케팅은 유족과 시민들에게 모욕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더해진 상황에서는 어떠한 해명이나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기획자가 이 날짜와 문구의 맥락을 몰랐다면 ‘참담한 무능’이고, 알면서도 진행했다면 ‘고의적 도발’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타벅스는 ‘탱크 텀블러 데이’, ‘작업 중 딱~’으로 급조된 미봉책을 내놓았으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회피하려는 태도로 읽히며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결국 이벤트 페이지는 삭제됐고 불매 운동 여론이 확산됐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단호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를 전격 해임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진심 어린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사건 초기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사태를 키웠던 일부 기업들의 행보와 비교하면, 이번 대표이사 해임과 정 회장의 발빠른 사과는 매우 과감한 수습책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표이사 해임과 진심 어린 사과가 모든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연매출 3조원을 웃도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20년 넘게 국내 커피 시장의 1위 브랜드를 지켜온 기업이다. 그 정도 위상과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유통업의 본질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의 기능만 보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가치, 그리고 역사적 감수성까지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지금의 환경에서, 스타벅스가 보여준 내부 검증 시스템의 붕괴는 뼈아픈 실책이다.

기업의 진정한 품격과 지속 가능성은 매출 숫자가 아니라, 그 사회의 상식과 아픔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신세계와 스타벅스는 단순히 경영진 교체로 소나기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구조적 쇄신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룹 차원에서 역사·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마케팅 검증 시스템을 근본부터 재설계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타벅스 코리아가 우리 사회의 ‘상식적 동반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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