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 덕에'…한투저축, 1분기 1300억 어떻게 벌었나했더니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4:56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유가증권 투자 수익에 힘입어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들이 거둔 연간 세전이익 수준의 실적을 올해 1분기 만에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여신 성장세가 제한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유가증권 투자 한도 완화 움직임과 맞물려 새로운 수익 모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올해 1분기 약 1300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유가증권이 저축은행업권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 1분기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기준 약 1300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64억원 대비 약 8배 증가한 규모다. 업계 1위를 다투는 SBI·OK저축은행이 지난해 각각 1456억원, 1946억원의 연간 세전이익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1개 분기 만에 업권 최상위권 수준의 실적을 거둔 셈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 1분기 유가증권 관련 수익으로 약 1000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11억원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바이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처분익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로서 그룹 차원의 유가증권 운용 전략과 시장 대응 역량을 활용한 점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예대마진 회복과 신규 취급 기준 강화 등을 통해 본원적 수익성도 개선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증권 계열 금융그룹 소속이라는 점이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저축은행이 대출 영업 중심 수익 구조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그룹 차원의 리서치·운용 역량을 활용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전통적인 여신 영업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저축은행업권 여신 규모는 93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조4000억원 감소했다. 순이익은 417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과거 부실 우려에 대비해 적립했던 충당금을 환입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의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유가증권 투자 한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한도 완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저축은행은 유가증권 종류별로 투자 한도가 제한돼 있으나,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주식은 자기자본의 50%에서 100%, 비상장 주식·회사채는 10%에서 20%, 집합투자증권은 20%에서 40%까지 확대된다.

일각에서는 유가증권 운용 확대가 향후 저축은행업권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출 규제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부담으로 전통적인 여신 성장 전략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향후에는 운용 역량과 비이자이익 기반 확보 여부가 실적 차별화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향후 저축은행 간 실적 격차 역시 운용 역량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유가증권 운용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 성과만으로 업권 전반의 수익 모델 변화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중도금 부실채권(NPL) 회수를 통해 올 1분기 약 160억원 규모 충당금 환입 효과가 발생하는 등 기존 자산 건전성 관리 노력도 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이 대출 중심 수익 구조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향후 유가증권 운용과 비이자이익 확대가 업권 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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