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기아 윤승규 북미권역본부장은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5월 말부터 HMGMA에서 스포티지 HEV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포티지 HEV는 HMGMA에서 양산하는 첫 번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출발한 HMGMA가 하이브리드까지 아우르는 친환경차 복합 생산기지로 역할을 확장하게 된다.
HMGMA의 이 같은 전략 선회는 전기차 수요 급락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미국 정부가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일괄 폐지한 뒤, HMGMA의 월 출하량은 500대 수준까지 급감했다. 연간 1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이 사실상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었다.
관세 부담 경감도 핵심 동기다. 기아는 그동안 스포티지 HEV의 미국 판매 물량 전량을 국내 광주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해왔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 관세율이 15%로 낮아졌지만, 불과 1년 전 무관세로 수출하던 것과 비교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아는 현지 생산 전환으로 관세 부담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 인도 아난타푸르공장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업계에서는 인도 공장발 HEV 생산이 인도 내수 공략만을 겨냥한 것이 아닌 대미 수출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공급망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멀티 소싱’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4월부터는 화성공장에서 수출하던 하이브리드 엔진까지 아난타푸르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으로,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생산 기반 다각화는 이미 시장에서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 2026년 4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량은 4만1239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57.8% 급증,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그룹 차원의 올해 미국 HEV 판매 목표는 55만대다. 스포티지 HEV에 이어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카니발, 텔루라이드 등 주력 SUV로 하이브리드 현지 생산을 점차 확대하고, HMGMA의 연간 생산 능력도 30만대에서 50만대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와의 격차는 존재한다. 2026년 4월 기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총 15만9216대를 판매해 토요타(22만2379대)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친환경차만 봐도 토요타가 앞서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토요타가 HEV를 앞세워 테슬라를 제치고 1분기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일본차의 HEV 장악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추격 속도가 매서워지는 만큼 향후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 RAV4·혼다 CR-V 대비 우수하다는 실내 공간 평가와 ‘10년 10만 마일’ 파워트레인 보증이 맞물리면서, 하이브리드 배터리 내구성을 우려하던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의 현지 수요에 맞춘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경우 판매량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