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상승+1500원 환율' 이중고…제조업 덮친 '비용 인플레' 압박

경제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전 06:00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2026.5.8 © 뉴스1 김영운 기자

지난달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영향으로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제조업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원자재 가격 충격이 산업 생산 단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석유화학·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 합성고무, 석유화학 중간제품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까지 1500원대로 올라서면서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친 '이중 비용 압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유가 하락에 원자재는 상승 둔화…'산업 혈관' 중간재는 상승 지속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68.12(2020=100)로 전월(172.16) 대비 2.3%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두바이유가가 지난 3월 배럴당 128.52달러에서 지난달 105.70달러로 17.8% 내리면서 원유(-16.2%) 등을 포함한 광산품 수입물가가 10.5% 떨어진 영향이다.

문제는 중동발 원자재 수급 불안이 '산업의 혈관'으로 불리는 중간재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중간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2.1% 오르며 자본재(0.4%)와 소비재(0.2%)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수입물가 중 전월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품목은 액화석유가스(LPG·40.0%)였다. LPG는 석유화학 공정의 연료·원료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에너지 투입재로 꼽힌다.이어 △합성고무(13.9%) △정제혼합용원료유(11.0%) △알루미늄제련·정련 및 합금제품(10.9%), 석유화학중간제품(8.7%)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합성고무는 타이어·자동차부품 생산에 쓰이는 핵심 중간재이며, 정제혼합용원료유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생산 과정에 투입된다.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자동차·가전·기계·이차전지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석유화학중간제품은 플라스틱·합성수지·합성섬유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 가격 하락에도 LPG 등 일부 에너지·석유화학 계열 품목 가격이 오른 배경으로 '시차 효과'를 꼽았다.

그는 "천연가스에는 원유가 도입되는데 일부 시차가 있어 3월에 비해 4월 국제유가가 떨어지며 원유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는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유화학 제품 가격 흐름과 관련해서는 "원유 가격과 환율 등 불확실성이 커 전망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간재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원자재 상승보다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산업은 중간재를 들여와서 최종재를 만드는 것"이라며 "중간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 최종재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재보다 중간재가 최종재에 더 가까운 단계인 만큼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다"며 "원자재 가격이 일부 내렸는데도 중간재 가격이 오른 것은 가격 충격이 제조업 생산 단계로 전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7.5원 오른 1507.8원을 기록했다. 2026.5.19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전년比 상승률, 두 달 연속 20%대…1500원대 고환율에 5월 수입물가 '이중 압박'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함께 뛰면서 전년 동월 대비 수입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고환율이 다시 심화하면서 고유가와 함께 수입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도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원화기준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139.82) 대비 20.2% 상승했다. 월별 추이를 보면1월(-0.9%)에서 2월(1.6%) 소폭 상승한 이후 3월(20.4%)과 지난달(20.2%) 크게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경유(140.7%) △제트유(104.8%) △원유(60.0%) 등 대표적인 에너지 원자재 품목이 급등했고, △나프타(84.3%) △지방족기초유분(74.9%) △기초유기화학물질(67.3%) △방향족기초유분(64.4%) 등 석유화학 중간재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나프타와 기초유분 계열은 플라스틱·합성수지·합성섬유·타이어·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중간재로 꼽힌다.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단순 연료비를 넘어 석유화학 원가와 제조업 생산비용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달러·원 환율까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서며 향후 수입물가 상방 압력을 더 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7.5원 오른 1507.8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해 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다.

앞서김태훈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환율기 수입구조의 산업별 비대칭성과 정책대응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재의 고환율 국면은 고유가가 결합된 복합구조로 과거 단일 요인 중심의 환율 상승기와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는 고환율과 유가 급등이 동반돼 과거의 에너지 비용 완충이라는 안전판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중비용 충격은 기업의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을 과거보다 높은 수준으로 가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 상승은 수입 비용을 높이는 경로와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개선하는 경로로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데 수입 중간재 비용 상승이 수출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단가 경쟁력 제고 효과는 수입 비용 상승에 의해 실질적으로 희석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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