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AI 쓰는 패션업계, '알릴 책임'도 필요하다

경제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전 06:20

22일 서울 명동 의류 상점 쇼윈도에 가을 의류를 입은 마네킹들. 2020.9.22 © 뉴스1 김명섭 기자

인공지능(AI)이 패션 화보를 만드는 시대다. 패션업계가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룩북이나 광고, 상세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 제작에서 AI는 이미 효율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피스피스스튜디오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AI 룩북 미표기 논란은 패션업계가 AI를 어떻게 쓰고 알려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해당 브랜드는 AI로 생성한 룩북 이미지를 공개하면서도 AI 생성물이라는 점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AI 활용 자체가 아니다. 소비자가 AI 활용 여부를 알 수 있느냐다. 실제 촬영물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AI로 만들고도 이를 알리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실제 모델, 실제 착용, 실제 촬영 결과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류의 핏과 소재감, 화장품의 색감과 제형처럼 실제 표현이 구매 판단에 영향을 주는 영역에서는 더 민감하다. 소비자가 실제 촬영물과 AI 생성물을 구분할 수 없다면 AI 활용은 곧 신뢰 리스크가 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논란은 있었다. 리바이스는 AI 모델 활용 계획을 밝혔다가 실제 모델 고용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으며, 게스 역시 보그 광고에서 AI 생성 모델을 사용해 소비자가 실제 모델과 AI 모델을 얼마나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느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K-패션도 신뢰 문제가 낯설지 않다. AI 이전에도 일부 인디 패션 브랜드의 가품 부자재 사용 의혹과 '택갈이' 논란은 제품 정보와 실제 품질 사이의 간극이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 정책도 투명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해 AI로 생성됐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이미지·영상은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고지 또는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I 화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말하지 않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했다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기존 브랜드의 화보나 캠페인을 과도하게 참조하지 않았는지도 내부적으로 검수해야 한다.

K-패션은 오래전부터 K-뷰티만큼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그러나 외형 성장만으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어렵다. 빠르게 크는 기업일수록 내부 검수, 표시 기준, 소비자 신뢰 관리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

"성장하느라 놓쳤다"는 말은 변명이 되기 어렵다. 이런 기준을 먼저 세우는 일이 K-패션의 기반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AI를 잘 쓰는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AI를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AI 화보 시대에 패션업계가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기술력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속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는 투명성이다. K-패션이 더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결국 신뢰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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