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아닌 신성장 플랫폼"…홈쇼핑 올해 '대전환' 본격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전 08:06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TV홈쇼핑 업계가 올해 ‘방송 사업자’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TV 시청률 하락과 송출수수료 부담에 수익성이 무너지자 오프라인 채널 인수, 모바일 전환, 글로벌 브랜드 유통, 지식재산권(IP) 사업까지 각사가 활로를 찾아 나선 모습이다. 방송에 머물러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방송·미디어 전시회에서 방송 촬영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SM부터 IP까지…홈쇼핑 살길 찾아 각자도생


19일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쇼핑 등 7개사의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18조 5050억원으로 전년대비 5.1% 감소했다. 7개사의 외형이 줄어든 것은 4년째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2%로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25억원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35% 급감한 수준이다.

최근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NS홈쇼핑이다. NS쇼핑은 지난 7일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영업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형마트·슈퍼마켓이 침체된 상황이지만 SSM과 퀵커머스를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홈쇼핑 사업자가 오프라인 SSM을 품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GS샵과 CJ온스타일은 TV를 벗어나 모바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GS샵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쇼핑하는 ‘숏픽’ 콘텐츠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라이브 커머스에 접목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앱 중심의 ‘원플랫폼’ 전략으로 모바일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 한편 뷰티·웰니스 스타트업을 키우는 ‘온큐베이팅’으로 신생 브랜드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온스타일은 ‘IP 유니버스’ 전략으로 외부 팬덤 IP와 자체 방송 콘텐츠를 묶는 콘텐츠 커머스도 키우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구조 개편까지 단행했다.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해온 투자 부문을 지주사에 합병해 사업회사가 홈쇼핑 본업과 자체 브랜드(PB)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롯데홈쇼핑은 ‘브랜드 큐레이터’로 변신 중이다. 최근 프랑스 아웃도어 ‘에이글’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해 잠실 등 거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자체 캐릭터 IP ‘벨리곰’으로 팬덤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본업 무너지는데…방송법에 꽁꽁 묶인 홈쇼핑

방송이 본업이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방송매출액은 2조 6180억원으로 14년 전인 2011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체매출액 대비 방송매출 비중은 50%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반면 유료 방송 사업자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10년 넘게 가파르게 올라 방송매출액 대비 비중이 73.2%에 달한다. 방송 매출을 대부분 송출료로 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홈쇼핑 업계가 생존을 건 변신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제도라는 지적이 많다.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과 유사한 판매 방식임에도 전자상거래법상 신고제로 운영된다. 반면 홈쇼핑은 특정 TV 채널을 빌려 쓴다는 이유로 방송법 규제를 엄격히 적용받는다. 조제분유, 17도 이상 주류, 일부 의료기기 등은 방송 심의에 막혀 노출조차 어렵고, 중소기업 상품을 55% 이상 편성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상품 구성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7년 단위로 사업 자격을 다시 받아야 하는 재승인 제도 역시 부담이다.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 비중과 납품업체 수수료, 직매입 비율, 사회공헌·투자 계획 등을 모두 심사받는 만큼 사업 전략을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 기존 규제에 묶인 채 신사업까지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 △의무 편성 비율의 인센티브 방식 전환 △방송법 취지에 맞는 심사 항목 간소화 △온라인 플랫폼과의 규제 형평성 확보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이제 단순 방송 사업자가 아니라 콘텐츠와 플랫폼 경쟁력을 함께 갖춘 커머스 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라며 “비방송 부문 확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업계의 체질 개선 속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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