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기울어진 운동장'…삼성전자, 중재안 거부 아닌 수용 불가

경제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후 05:21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3일차 회의 종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기남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사 간 성과급 협상을 주도한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노사가 이견을 보이는 쟁점에 대해 기계적으로 중간 지점을 조정안으로 내놓으면서 결과적으로 조정안이 노조에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한 '영업이익 N%' 요구가 수용된 것이 대표 사례다.

노조는 중재안을 수용하고 사측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이 사측으로 향하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이성적인 노조의 요구를 인정하고 시작하면서 사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중재안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수용할 수 없는 중재안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측에 불리한 조정안…성과급 비용 부담 커진 듯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3차 사후 조정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된 직후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오후 4시부터 교섭을 재개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사측이 중노위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사후 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노동조합은 동의했지만 사측이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노위의 조정안이 노조 측에 유리하게 마련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성과급 배분은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분배하며 특별보상 약속 기간은 5년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도체(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 3개 사업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에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는 반도체 3개 사업부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뜻이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이기에 현재의 실적 상황이라면 30%는 모두 메모리 사업부에 지급된다.

이에 맞서 사측은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 10%, 성과급 배분 비율로 부문 40%, 사업부 60%, 특별보상 약속 기간은 3년으로 하자고 했다.

성과급 배분 비율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마지막에는 배분 비율을 사측 제안을 노조가 수용하는 대신 영업이익 비율을 높이는 안이 거론됐다고 한다. 노조가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성과급 규모는 더 늘어나게 돼 사측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중노위는 지난 11~12일 이뤄진 1차 사후 조정 당시에도 영업이익의 12% 재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자고 제시한 바 있다. 노조가 주장한 영업이익의 15%, 사측의 10% 사이에서 기계적으로 제안을 한 것이다.

올해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70조 원인 것을 감안, 노조의 요구인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가정하면 40조 5000억 원, 사측의 주장인 10%로 계산하면 27조 원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성과급 재원 규모 차이만 12조 5000억 원에 달하는데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사측에 부담이 되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사측이 중노위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이 사측에 있다는 모양새만 만들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노조의 요구 수준 자체가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양쪽 모두에게 양보하라고 하니 노조는 조정안을 당연히 수용하고 사측은 절대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의 주장이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협상장의 분위기는 달랐던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겨냥해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 그건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당기 순이익에서 배당을 받지 않냐. 저로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파업 준비하는 사람은 파업 준비해야"…사후 조정 중 사측 압박 지적도

노사 간 사후 조정 중 사측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날 사후 조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20일) 오전에는 (협상을) 끝내야겠죠"라며 "파업 준비하는 사람은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또 "투표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를 만들어놨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노사 간 갈등 해결을 책임지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노조의 집단행동을 독려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노동 분야 전문가는 "조정 기관장이 협상 막바지에 '파업'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노조 측에는 일종의 면죄부가 되고 사측에는 결렬 시 책임을 떠안으라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이는 중재 기관이 견지해야 할 등거리 원칙에서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노조가 양보를 많이 했다"고 하거나 "사측이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해서 오전 10시에 온다고 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중노위가 사측만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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