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단순히 전기차의 부품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대규모 전력망의 핵심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드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같은 차세대 안보 무기 체계 등을 움직이는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K배터리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 저하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지난 2024년 상반기에만 정부로부터 약 724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BYD는 2024년 한해 순이익의 26%에 달하는 2조1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채웠다. 산업계 한 인사는 “디스플레이 등의 전례를 보면 전략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명하다”면서 “중국은 마음대로 공급량을 조절하며 가격을 움직이고, 우리는 그 충격파를 그대로 받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배터리 국내생산촉진세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다만 여기에는 알맹이가 빠졌다. 단순한 세액공제 방식은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점이다.
배터리 같은 첨단 전략산업은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초기 적자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세액공제 방식은 법인세를 낼 이익이 있는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는다. 현재 적자를 내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K배터리 기업들에게 세액공제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이다.
한국도 중국처럼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 IRA처럼 세액공제 금액을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현금으로 직접 돌려주는 ‘직접 환급제’와 공제 받을 세액 권리를 제3자에게 자유롭게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제3자 양도’를 패키지로 신설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환급 받은 현금을 국내 공장 증설과 고용 창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중국이 디스플레이처럼 배터리까지 완전히 장악된 뒤에 우리 정부가 예산을 쏟아붓는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도체에 이은 또 다른 국가전략산업을 지킬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 푸젠성 닝더 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본사 전경.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