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우리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쟁이 다른 업계로 확산되면서 노동계 분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까지 맞물리며 하청업체로까지 기업 이익 배분 갈등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촉발한 성과급 갈등은 임금체계는 물론 고용시장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노사 대화로 문제 해결…한발씩 양보한 결과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2026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성과급을 성과인센티브(OPI)와 반도체(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구분해 지급하기로 했다. OPI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특별성과급은 사업 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상한 없이 지급한다. 지급 방식은 현금대신 자사주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과 상한 폐지를 강하게 요구해온 만큼, 회사도 일정 부분 양보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서로 양보한 합리적 타협안”이라며 “근로자에게 자사주를 지급해 기업가치 제고 동기를 높이는 방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노사관계가 소모적 대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고,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다만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초과 실적이 지속되기 어렵고, 불황기에는 노사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어서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이익은 채용 확대와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협력업체 지원 등에 활용해야 한다”며 “성과급 재원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미래 일자리와 투자 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 둔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대기업 내부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삼성전자 이후 연쇄적인 성과급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각각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 요구도 커지는 분위기다. 양대 노총은 이날 “성과 독식은 있을 수 없다”며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성과가 배분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 직무·성과 기반 임금체계 개편 필요 커져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구조적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규직 과잉 보호를 완화하고, 호봉제가 아닌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체계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라며 “개인 성과와 직무 중심 보상 체계로 전환해야 우수 인재 확보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박진 교수 역시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면서 호봉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직무급·성과급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급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고용 유연성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교수는 “성과급 배분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고용 유연성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