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생산성 혁신, 바이오가 첫 주자…수요창출→수익증대 구조 찾아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06:13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글로벌 대체투자의 나침반이 인공지능(AI) 기술 자체를 넘어 실물 경제의 ‘생산성 제고’와 ‘사람’을 향해 방향을 틀고 있다. 묻지마 식 기술 투자나 화려한 모델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AI를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와 전통 산업 인프라에 안착시켜 거시적 저성장 기조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왼쪽부터 김세훈 BCC글로벌 한국/동남아 대표와 류차오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 학장 겸 교수, 홍기남 소피노바캐피탈 Crossover Strategy Partner, 제임스 리우 오크캐피탈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 김진환 사학연금 기업금융팀장, 마이클 반 자일 Control Risks 디렉터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AI 시대 PE 투자전략 :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서'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2026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는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 변화에서 찾는 투자기회'를 주제로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사모대출 등 급변하는 투자 환경 속 핵심 자산군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이영훈 기자)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는 기조연설과 ‘AI 시대 PE 투자전략’ 패널토론을 통해 이 같은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미·중 AI 패권 경쟁의 본질 역시 단순한 기술 무역 갈등이 아닌 국가의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 싸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 기술경쟁 끝났다”… 거시적 저성장 돌파할 ‘수요’ 창출 관건

첫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류차오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 학장은 “미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중국 자본이 칩 국산화에 사활을 거는 것은 결국 국가 핵심 역량인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며 “과거처럼 전 세계가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생산성을 먼저 세운 뒤에야 협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질서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학장은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구조적 저성장 기조를 극복할 해법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그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가 경제를 견인하던 시대는 저물었고, 이제는 AI와 탄소 중립이 향후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끌 핵심 산업”이라며 “투자의 성패는 AI 그 자체가 아니라, 금융·헬스케어 등 실물 경제 활동에 AI를 결합해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고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응용 시나리오를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 전략도 이 같은 거시적 변화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김진환 사학연금 기업금융팀장은 “변화가 너무 빠른 AI 애플리케이션 투자에 베팅하는 것은 오답이 될 확률이 높다”며 “연기금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바이오 플랫폼 수요, 기업 비용 절감을 위한 제조·물류 자동화 등 AI를 통해 생산성이 폭발할 수 있는 변하지 않는 ‘구조적 수요’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류차오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 학장 겸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AI 품은 바이오·전통산업… ‘밸류업·회수’ 생존 공식 바뀐다

AI와 결합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는 제약·바이오가 꼽혔다. 두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유럽 생명과학 전문 벤처캐피털(VC) 소피노바파트너스의 홍기남 파트너는 “AI와 바이오테크의 결합은 신약 개발의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드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 실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과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기 단계’ 바이오 기업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홍 파트너는 “2030년까지 특허 만료 등으로 약 3000억 달러의 매출 손실에 직면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막대한 M&A 수요가 후기 단계 투자의 회수 가능성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바이오 생태계를 향한 뼈있는 제언도 이어졌다. 홍 파트너는 “한국은 최고 수준의 위탁개발생산(CDMO) 인프라와 세계적 연구 역량을 모두 갖춘 기회의 땅”이라고 호평하면서도, 고질적인 ‘조기 회수’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임상 후기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기업공개(IPO) 시점에 기술을 수출하는(아웃라이선싱) 현재의 모델은 기업의 거대한 미래 수익을 빅파마에 넘겨줘 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스케일업을 가로막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남 소피노바 파트너스 파트너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역시 AI의 진화 속도에 맞춰 전통적인 투자 공식을 깨고 있다. 역발상 투자와 엑시트(투자금 회수) 주기 단축이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제시됐다.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는 “시장에서 AI로 대체될 것이라 두려워하며 외면하는 전통 IT 기업이나 콜센터 등을 오히려 저가에 매수하는 역발상 전략이 유효하다”며 “화려한 기술에 현혹되어 장기 투자에 얽매이기보다, 피인수 기업에 AI를 주입해 밸류업 속도를 극대화하고 기존보다 훨씬 짧은 타이밍에 회수하는 것이 AI 시대 PE의 새로운 공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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