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자리 ‘찾는’ 시대에서 ‘만드는’ 시대로…6만2944명, 광장이 답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05:01

[이영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얼마 전까지 청년과 인재들의 가장 큰 화두는 ‘어디에 취업할 것인가’였다. 안정성이 담보되고 대우가 좋은 일자리를 ‘찾는’ 일이 커리어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안정적인 공공부문 취업과 전문 자격시험을 위해 청년들이 신림동과 노량진으로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졌다. 지난 5월15일 접수 마감한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6만 2944명이 신청서를 제출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자리를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6만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흥행이 아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2981만명을 고려할 때 500명 중 1명은 자신이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도전한 것이다. 참여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대학생부터 직장인, 경력 단절 여성, 시니어 연구원에 이르기까지 세대·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였다. 우리 사회 저변에 얼마나 깊은 창업 열망이 잠재해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전국민적 창업 열망의 표출은 새정부 출범 이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사회 토대’를 만들겠다는 정책의지도 큰 힘을 보탰다. 정부 출범 이후 단기 자금 수혈과 정량 지표 중심에 머물렀던 과거의 창업 정책을 인재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실패의 리스크를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모험자본 역할을 하는 국민성장지원펀드 150조원 공급, 모태펀드를 통한 벤처투자 40조원 견인 등 실패의 리스크를 정부가 함께 나누는 창업 및 스케일업(Scale-up) 정책을 과감하게 내놓았다. 정부가 실패를 인생의 낙오가 아니라 다음 성공을 위한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제 과제는 6만명을 넘어선 창업의 에너지를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 차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진짜 과제다. 자본시장에서 30여 년간 수많은 기업의 화려한 등장과 비극적 퇴장을 지켜본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보건대 아이디어가 유니콘으로 성장하기까지 마주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는 혼자 건널 수 있는 강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딥테크,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할 도전자들이 이번 광장에서 발굴된다면 이들이 그 계곡을 건너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서기까지 자금·시장진출·해외 네트워크를 잇는 일은 우리 사회가 분담해야 할 분명한 몫이다.

필자가 몸담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공공 액셀러레이터의 책무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시장이 인정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예비창업자 지원, 창업사업화 지원 등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민간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연결해주고 대기업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도 촘촘하게 지원한다.

필자는 “혁신은 골방이 아닌 광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 광장에 6만 2944명이 모여들었고 광장의 문은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자에게 열려 있을 것이다. ‘모두의 창업’이 보여준 일자리를 ‘찾던’ 인재가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으로 우뚝 서는 변화, 그것이 곧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항구적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 이는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투자자, 그리고 도전자가 ‘원팀(One Team)’으로 묶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필자도 원팀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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