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앞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뉴스1 DB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삼성전자(005930)의 임금 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가 22일 10시부터 시작된다. 조합원 8만 7136명을 대상으로 엿새간 진행되며 과반 이상이 투표하고 찬성표가 절반을 넘기면 잠정 합의안이 확정된다.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구성한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총 엿새 동안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수용 여부를 묻는 제3차 총회를 개시한다.
이번 투표는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약 13만 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인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가결의 첫 관문인 재적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충족하면 노사 갈등은 종식된다. 반면 부결될 시 원점부터 재교섭에 돌입해야 한다.
업계는 노조원 대부분이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반도체(DS) 부문 직원이 차지하고 있어 잠정 합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DS 부문 비(非) 메모리 사업부와 모바일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은 반대표를 던지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반도체(DS) 피플팀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뉴스1
초기업·전삼노 8.7만 표심 결집…가결 가능성에 무게
찬반 투표는 전면 비대면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만 명의 조합원이 물리적인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설계다.
이는 24시간 교대 근무 체제로 가동되는 DS 사업장과 전국 각지의 가전 사업장 환경을 고려한 조치다. 조합원들은 개인 스마트폰을 통해 지정된 보안 링크나 노조 전용 앱에 접속해 편리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암호화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투표 기간은 주말과 휴일을 모두 포함해 총 엿새 동안 충분히 보장된다. 다만 유효 투표율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공고문에는 '필요시 연장'이라는 단서 조항을 명시했다.
이번 투표의 가결 여부는 진성 조합원의 참여도에 달려 있다. 조합비를 1개월 이상 연속 납부해 의결권을 유지한 조합원들의 표심이 실질적인 결과를 결정하게 된다.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노조원 수는 지난 21일 오후 3시 기준 초기업 노조 7만 850명, 전삼노 1만 6286명 등 총 8만 7136명에 이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잠정 합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화한 노사 교섭으로 현장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데다 특별성과급 상한 폐지와 임금 인상률 등 실리적인 조건이 다수 명시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체 조합원의 상당수가 DS 부문 소속이어서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결될 경우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 때문에 비반도체 조합원도 일단 찬성표를 던진 다음 협상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6.5.13/뉴스1 김영운 기자
비메모리·DX 소외감 폭발…막판 반대 여론 '뇌관'
가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내부의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부문 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서 일부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들은 메모리 사업부 위주의 성과급 보상 체계에 깊은 소외감과 누적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번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 역시 비메모리 직군의 열악한 처우와 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현장 직원들에게만 전가한다는 박탈감이 조직 내부에 광범위하게 팽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DX 부문에서도 모바일과 가전, TV 등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합의안 거부 움직임이 감지된다.
잠정 합의안 투표를 앞두고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전날 "이번 합의안이 조합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잠정 합의안 투표 결과를 조합원이 준 초기업 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전했다.
부결 시 원점 재교섭 험로…파업 리스크 재부상
만약 찬성률이 과반에 미치지 못해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부결 시 잠정 합의안은 백지화된다. 노사는 다시 원점에서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재교섭에서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다시 총파업 국면을 대면할 수 있다. 노조는 규약 제7장 노동쟁의 항목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 행위에 돌입할 수 있는 명분과 법적 근거를 얻는다.
교섭 결렬 시 운영위원회 결의를 거쳐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는 공식 수순을 밟게 된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