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합의 후폭풍…삼성바이오로직스엔 기대와 부담 공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06:02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삼성전자(005930) 노사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면서 같은 삼성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사 협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회사 측에도 조기 타결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손 맞잡은 노사정_(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20 [공동취재] xanadu@yna.co.kr




◇노조 부분 파업 이어 전면 파업 단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올해 평균 14% 임금 인상,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영업이익의 20% 수준 성과급 배분, 승진·인사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30일 60여명 규모의 부분 파업에 이어 이달 1~5일 약 2800명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을 단행하면서 항암제·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일부 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회사 측이 추산한 손실 규모는 약 1500억원에 달한다. 노조 측은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성과 공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 측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 심화와 대규모 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노조 요구안 수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생산거점 확대와 ADC·항체 신사업 투자, 초대형 수주 대응 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노사정 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회사가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추가 협의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노사가 지난 20일 예정했던 후속 협의도 결국 불발됐다.

사측 관계자는 “지난 19일 협의 당시 노사는 노동부에 새로운 수정안을 각각 제시했지만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다만 회사는 앞으로도 노사정 회의 등을 통해 협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업 타결이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협상 타결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례를 통해 장기 파업이 결국 정부 개입과 여론 악화, 법원 판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역시 조기 봉합 필요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모두 삼성 계열사 초기업 노조 체계 안에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례 자체가 삼성 계열사 노사 협상의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장기 대치보다는 일정 수준 접점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홍 명예교수 "삼성바이오 사태, 삼전 네 가지 변수 대입해봐야"

반면 삼성전자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가 장기 투쟁 끝에 일정 수준 성과를 얻어냈다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보다 강경한 요구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파업 사태를 단순 임금 협상이 아니라 ‘네 가지 외부 압박 변수’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려면 먼저 삼성전자 파업에 영향을 준 원인들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그대로 대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네 가지 변수는 △정부의 관심과 개입 △법원의 판단 및 가처분 등 사법적 압박 △국민 여론 악화 △학계·사회 전반 비판 여론이다. 실제 삼성전자 파업 과정에서는 정부와 노동당국이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법원 역시 일부 쟁의행위와 관련해 판단을 내렸다. 여기에 국민 여론과 학계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노조 역시 장기 투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이 네 가지 변수들이 어느 정도까지 작동할지를 봐야 한다”며 “삼성전자만큼 국가적 이슈로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파업 장기화나 산업 전반 확산 여부에 따라 정부와 사회적 압박이 커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일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지만 삼성전자 수준의 국가적 이슈로 확대되긴 어렵다고 봤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국가 경제를 흔드는 수준의 이슈였기 때문에 정부 개입과 국민적 관심이 컸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규모와 산업 특성상 동일한 수준의 압박이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삼성전자 사례가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디바이스경험(DX)와 반도체(DS) 부문 간 이해관계 차이가 존재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동일 구조가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노조 조직 결속력이 강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김진수 기자)


◇사태 장기화 시 정부 또 나설수도...노조와 투자자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입장에서는 '버티면 결국 일정 수준 결과가 나온다'는 신호를 삼성전자 사례에서 봤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 협상이 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처럼 내부적으로 갈라진 구조가 아니라면 노조가 더 강하게 뭉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방산·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 동시다발적 노사 갈등이 확산될 경우 정부가 산업 안정 차원에서 다시 강하게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장에서는 파업 장기화 여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둔 세계 최대 CDMO 기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생산 차질 우려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고객사 신뢰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자와 노조 간 충돌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주주와 노조가 함께 회사와 대립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주주와 노조가 서로 충돌하는 구도가 됐다"며 "특히 바이오 업종은 개인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한 만큼 향후 주주 행동주의와 법적 대응 이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타결은 단순히 한 기업 문제를 넘어 삼성 계열사 전체 노사 협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조기 타결 필요성이 커졌지만 동시에 노조 기대치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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