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하면서 향후 미국의 금리 정책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워시 체제의 연준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도 중동 리스크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지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매파냐 비둘기파냐…'워시 연준' 공식 출범
23일 한은 등에 따르면 워시 신임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연준 의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4년 임기의 연준 의장직과 14년 임기의 연준 이사직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연준이 제때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 정부의 경제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제롬 파월 전 의장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후 워시 의장을 후보자로 지명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거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 인물로 평가받았다.
다만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금리 인하와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기존보다 완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의 연준이 기존보다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이란 전쟁에 美 물가 상승…금리 인하 기대 약화
그러나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이는 2022년 12월(6.3%) 이후 약 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 이후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워시 체제의 연준이라고 하더라도 올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적 기류는 여전하다. 실제 지난달 말 파월 전 의장이 주재한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 당시 이사 12명 중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대표를 던진 인사들 가운데 3명은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문구를 유지한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는 생산성보다 소비와 투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여전히 높다"며 "워시 체제의 연준 역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준은 고용시장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에 가깝게 조정하기 위해 한 차례 정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인하 사이클 자체는 올해 안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안은나 기자
美 금리 향방에 한은도 촉각…국내선 추가 긴축 가능성도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는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원화 약세와 자금 유출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2.50%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3.75%)보다 1.25%포인트(p) 낮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한미 금리차가 줄어들면 국내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이동하는 압력이 완화된다. 이는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면서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한은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과 함께 추가 긴축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본적으로 '실용적 매파' 성향으로 평가된다. 그는 총재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 안정"이라며 "중동 리스크가 지속돼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난다면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지난 4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인상 사이클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 지난 15일 부임한 김진일 신임 금융통화위원 역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물가 상승 압력까지 이어질 경우, 한은 역시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긴축 기조 유지 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더 고민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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