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2'.(사진=김세연기자)
행사장 뒤쪽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군화를 신고 행군하는 듯한 둔탁한 소리다. 발걸음 소리에는 어색함이 없고 머뭇거림도 느껴지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네 발 집게처럼 생긴 로봇이 계단을 내려온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철 덩어리이지만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은 술 마신 사람보다도 안정적이다. 머리 없는 중형견 같기도 하다.
쿵쿵 소리가 단상에 가까워지더니 발이 네 개 달린 로봇이 중소벤처기업부 실증 구매 프로젝트 사업설명회 행사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 로봇은 단상 계단도 거뜬히 올라가 협약서를 무사히 전달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과 백승보 조달청장은 이 야무진 로봇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바로 사족보행 로봇 스타트업 라이온로보틱스의 ‘라이보2’(라이보)다.
◇고양이 걸음 본뜬 로봇개…계산량은 절반으로
라이온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2'가 쉬는 모습.(사진=김세연기자)
라이보는 인공지능(AI) 기반 강화학습을 한 덕에 걷는 장소의 특성에 맞게 보행 패턴을 바꾼다. 가령 사람도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에서는 무릎을 위로 더 힘차게 끌어올리며 걷는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는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더 두고 허벅지에 힘을 더 많이 주며 올라간다. 라이보도 반복 학습으로 실제 보행 상황에서 어떤 보행 패턴을 취해야 하는지 학습했다. 쉽게 말해 로봇이 수없이 넘어지고 실패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어떻게 해야 안 넘어지는지’를 AI 스스로 학습한 것이다.
걷거나 달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어디에 발을 내딛어야 하는가’이다. 라이보는 착지 지점에 정확히 발을 딛도록 하는 ‘트래커 모듈’, 전체 이동 계획을 세우는 ‘플래너 모듈’로 나뉘어 있다. 플래너 모듈이 최적의 동선을 계산하면 트래커 모듈은 라이보가 그걸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조절하는 개념이다. 이 모듈을 구성할 때 고양이의 보행 방식을 적용해 계산량을 크게 줄였다. 고양이는 앞발이 밟았던 곳을 뒷발이 따라 딛는 식으로 걷는다. 결국 앞발과 뒷발이 딛는 지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딛는 지점을 계산하는 횟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공중제비도 거뜬…이제 순찰 현장도 누빈다
라이보는 높은 ‘피크 토크’ 성능도 확보했다. 짧은 순간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라이보는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미끄러질 때 자세를 바로잡거나, 험한 지형을 빠르게 돌파하는 동작이 가능하다. 백플립과 사이드플립 같이 공중에서 도는 고난도 동작은 물론 마라톤 풀코스(42.195㎞) 완주까지 성공했다.
최적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라이보에 탑재한 자체 개발 배터리는 한 번만 충전해도 마라톤 풀코스를 뛸 수 있다.
이는 향후 순찰이나 재난 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화재 현장에서는 바닥이 무너지거나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군사·재난 현장 역시 지면 상태가 계속 바뀐다. 이런 곳에서는 순간 대응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이보는 지난해 11월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과 및 경남경찰청과 협력해 경남 창원시 용지호수 일대에서 자율 순찰 로봇 실증에 이미 성공했다. 라이보는 사람이 먼저 들어가기 위험한 공간을 대신 탐색하는 ‘최정예 로봇’으로의 모습을 갖췄다.
수없이 넘어지며 강해진 라이보, 이제는 사람 대신 가장 위험한 곳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려 한다.
라이온로보틱스의 사조보행 로봇 '라이보2' 모습.(사진=라이온로보틱스 누리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