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민지 최훈길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투자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열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이 토큰화된 한국 주식과 상품시장을 개방한다면 새로운 자본 유입 기회가 매우 커질 것이다.”
빈센트 촉 퍼스트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 제품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수요는 강하고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이런 수요를 더 개방적인 형태로 다시 연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퍼스트디지털은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FDUSD를 발행하는 홍콩 소재 디지털자산 기업이다.
빈센트 촉 퍼스트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퍼스트디지털은 관련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촉 CEO는 “우리는 여러 은행과 브로커딜러와 협력해 준비금을 분산 관리하고 있다”며 “FDUSD 준비금은 미국 국채에 투자되며 고객 자산과 수탁사의 운영 자금은 이중 재무제표 체계 아래 완전히 분리해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퍼스트디지털은 FDUSD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비한 ‘파이낸스 디스트릭트(Finance District)’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 개입 없이 온체인에서 거래를 정산할 때 FDUSD를 결제 레이어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최근 프리즘(Prism), 에이전트 월렛(Agent Wallet), FDFI 등의 구조를 공개했다.
그는 “현재 수익 모델은 미국 국채 금리에 기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파이낸스 디스트릭트를 통해 에이전트 월렛, 에이전트 결제, 에이전트 대출·차입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플랫폼 내 모든 거래에서 수수료를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업결합계약(BCA)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올해 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촉 CEO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자금 유입의 연결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 기업과의 협업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퍼스트디지털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디지털자산 기업과 마켓메이커뿐 아니라 이커머스·배달 플랫폼 기업들과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빈센트 촉 CEO와의 일문일답이다.
빈센트 촉 퍼스트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퍼스트디지털은 홍콩에서 신탁조례(Trustee Ordinance)에 따라 등록된 퍼스트디지털트러스트(FDT·First Digital Trust Company)라는 신탁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FDT를 통해 FDUSD 준비금을 보관·관리한다. FDUSD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서 발행되는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다.
FDUSD 준비금은 미국 국채에 투자된다.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 자산과 수탁사 운영 자금은 이중 재무제표 체계 아래 완전히 분리 관리된다. 또 FDUSD를 뒷받침하는 준비금 규모가 항상 정확히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금 증명(attestation) 보고서도 제공하고 있다.
-퍼스트디지털은 언제 설립됐으며,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나.
△FDT는 2020년 홍콩에서 신탁회사 등록을 완료했고 이후 2023년에 FDUSD를 출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조직 상당 부분을 AI로 대체했다.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나.
△현재 수익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 미국 국채 금리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수익이 기본 기반이다. 다만 수익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파이낸스 디스트릭트(Finance District)’라는 플랫폼을 구축 중인데 여기에는 에이전트 월렛, 에이전트 결제, 에이전트 대출·차입 같은 여러 버티컬 서비스가 올라가게 된다. 앞으로 FDXYZ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서 수수료를 얻게 될 것이다.
-퍼스트디지털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퍼스트디지털은 미국 국채 운용을 지원하는 여러 은행 파트너와 브로커딜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또 여러 통화를 네이티브하게 보유·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은.
△현재 기업결합계약(BCA)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올해 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계획도 있나.
△물론이다. 퍼스트디지털은 현지 사람·문화·정부를 잘 이해하는 로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성공적인 스테이블코인 상품을 만드는 데 우리의 가치를 더하고 싶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기업과 마켓메이커뿐 아니라 이커머스·배달 플랫폼 기업들과도 만나고 싶다.
-한국인은 디지털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홍콩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홍콩에서는 실제로 디지털자산을 거래하는 인구 비중이 비교적 낮다고 본다. 홍콩은 다양한 금융상품 접근성이 높고 은행 계좌 개설도 쉬워 굳이 디지털자산을 직접 거래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중국의 불확실한 가상자산 정책 방향도 영향을 미쳤다.
홍콩은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 체계 아래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인 편이다. 최근 발급된 홍콩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도 스탠다드차타드, HSBC 같은 대형 은행들에 부여됐다. 이는 홍콩이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지를 보여준다.
-홍콩에서는 기업과 기관도 디지털자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나.
△홍콩에서는 디지털자산 투자 자체는 자유롭게 가능하다. 비트코인 ETF도 상장돼 있고 라이선스를 받은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수할 수 있다. 한국도 곧 개방될 것이라고 본다. 최근 한국 국회를 방문했는데 정치권에서도 디지털자산이 미래 금융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제도화 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도 디지털자산을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디지털자산 분야를 선도해온 국가였고 기업과 개인 모두 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홍콩 디지털자산 규제 상황은 어떤가.
△홍콩은 이미 가상자산거래플랫폼(VATP) 라이선스를 발급했고 OTC 규제도 추진 중이다. 모든 규제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는 이미 통과됐다. 디지털자산사업자(VDA) 라이선스 역시 운영되고 있어 신청과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홍콩은 많은 국가보다 앞서 있다.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는 홍콩금융관리국(HKMA) 관할이다.
-한국 기업들은 규제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한다.
△홍콩은 이제 더 이상 불확실성이 없다. 디지털자산이 완전히 법 체계 안으로 들어왔고 법적 프레임워크도 명확하다. 한국은 다른 국가 규제 사례들을 참고하며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입법자와 정책당국이 많은 전문가와 컨설턴트를 불러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테라·루나 같은 사례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우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테라를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정화폐 담보 기반이 아니라면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 진정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1대1로 담보돼야 한다. 알고리즘형이나 합성 구조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1대1 담보 구조여야 하고 준비금은 적절한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에 보관돼야 한다.
FDUSD를 매수하는 주체는 기관들이며 모든 기관은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를 거친다. 우리는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통제를 받고 있으며 매년 감사도 받는다. 핵심은 누가 준비금을 관리하느냐다. 정부는 은행을 규제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는 주체를 규제하며 이를 유통·거래하는 거래소도 라이선스를 통해 규제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우려가 많다.
△남는 쟁점은 결국 발행 자체다. 발행사 역시 KYC와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우려는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사용 사례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다고 본다.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사기에 사용된 사례는 없었다. 문제는 발행사가 아니라 2차 시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이다. 누군가 현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중앙은행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투자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열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관련 상품과 거래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원화는 비교적 폐쇄적인 통화이고 환율·자본 규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 제품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수요는 강하고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이런 수요를 더 개방적인 형태로 다시 연결할 수 있다. 앞으로는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토큰화 주식시장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토큰화된 한국 주식과 상품 시장을 개방한다면 새로운 자본 유입 기회가 매우 커질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우려는 가치가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제기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만 범죄에 사용된다고 지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현금보다 추적이 쉽다. 누군가 스테이블코인을 훔쳐 지갑으로 옮기면 해당 지갑을 추적할 수 있다. 자금 동결도 가능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난당하거나 해킹당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에 통보해 지갑을 동결할 수 있고 법원 명령을 통해 자금을 보전할 수 있다. 이런 보안 기능과 안전장치에 대해 더 많은 정책당국과 논의하고 싶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정산·국경 간 거래에 매우 적합하다. 마찰이 적고 프로그래밍 가능하며 거의 즉시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다. 즉 24시간, 주 7일 거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AI 에이전트 결제와 에이전트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곧 주요 결제·정산 수단이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AI 에이전트 결합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나.
△그렇다. 지금은 AI 시대다. 이미 전 세계 기업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AI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중 하나가 결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직접 결제하는 대신 AI가 결제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결제 수단은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쿠팡에 “예쁜 조명 하나 찾아줘”라고 말하면 AI가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까지 자동으로 끝낼 수 있다. 더 이상 신용카드를 꺼내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사용자는 명령만 내리고 AI가 검색·결제·배송까지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한국은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검토하고 다른 국가 규제 사례들을 참고해 한국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규제와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법과 규제가 혁신가와 창업가를 지나치게 제한해 혁신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들이 충분히 혁신하고 글로벌 시장과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지를 보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