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성과급 갈등 과정에서 나온 일명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각종 민형사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의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대한 위반 사건 수사는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성과급 조정 회의에서 파업 기간 발생한 각종 민형사 사건의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일 타결한 성과급 협상 잠정 합의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부 직원들이 다른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임직원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무단 수집해 외부에 전달한 직원을 특정해 추가 고소하기도 했다. 직원 A 씨가 사내 시스템 2곳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회사의 정보보호 감지 시스템에 의해 실시간으로 탐지된 것이다. 수집된 정보는 임직원의 이름, 소속 부서, 인트라넷 ID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A 씨가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확보했고, 수집한 정보를 사내 제3자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한 사실까지 확인되자 추가 고소에 나섰다. 특히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이용한 인물이 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일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및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에 수사는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고소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수사가 중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소인이 사후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거나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직권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노조 소속 인사가 조합원·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하거나 쟁의행위 참가 강요 등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이 모두 개인의 사적 권리를 넘어 국가가 직접 보호해야 할 법익을 다루는 법률이라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형사 절차가 종결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노사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 송치와 기소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 위반 사건은 피해자의 별도 고소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소가 진행됐다.
삼성전자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해당 조회자를 특정했고 평택사업장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도 벌였다.
또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단순 행위자뿐 아니라 정보 수집·이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관련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가려질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
보안업계에선 1시간 이내에 2만 회가 넘는 조회가 이루어진 것은 일반적인 업무 수행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인 데다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확보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단순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노조 가입 여부'라는 민감 정보를 다뤘다는 점도 사안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과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민감한 정보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수집하거나 명단화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다. 법조계에선 노조 가입 여부에 관한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이용하거나 이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3호 위반에 해당해 더욱 엄정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선 노사가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고소 취하를 결정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은 사회적 법익을 다루는 영역이라 노사 합의로 해소될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goodd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