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환 밸리데이터 대표가 지난 13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밸리데이터는 iM뱅크, 핑거와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동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iM뱅크는 지급준비금 수탁과 준비금 증명을 맡아 은행의 신뢰성과 규제 정합성을 구조에 반영한다. 핑거는 기존 금융권 시스템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개발 인프라를 지원한다. 밸리데이터는 발행·유통 기술 스택 설계와 국내외 규제 대응을 담당한다.
3사는 이번 기술검증을 2분기 내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상용화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서클(Circle)의 발행·기술 운영, 뉴욕멜론은행(BNY Mellon)의 준비금 수탁, 블랙록(BlackRock)의 준비금 운용으로 이어지는 미국식 스테이블코인 운영 모델을 한국 환경에 맞게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기술검증에는 양자내성암호(PQC)도 포함된다. 양자컴퓨터 발전에 따른 보안 위협에 대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 차세대 암호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코인마켓거래소 지닥(GDAC)을 운영하며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자금서비스사업자(MSB) 등록,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직접 취득한 경험을 기술 설계의 기반으로 꼽았다. 그는 2017년 지닥을 창업해 7년간 운영한 이력이 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밸리데이터는 어떤 회사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유통까지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설계·운영하는 회사다.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토큰 발행·소각과 준비금 증명을 담당하는 발행 인프라가 있다. 이어 거래소·결제·송금 서비스와 연결해 실제 사용 환경을 만드는 유통 인프라, 마지막으로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제도(KYC)·트래블룰·긴급 중단 장치(킬스위치) 등 금융 규제 대응 기능을 담당하는 규제 인프라다. 쉽게 말하면 서클(Circle)이 USDC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한국형으로 구현하는 모델이다.
-iM뱅크, 핑거와의 PoC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소각 구조가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 은행 예치금과 블록체인상 발행량이 실시간으로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준비금 증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양자내성암호(PQC) 같은 차세대 보안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지난해 양자내성암호 표준을 확정했고, 한국도 2035년까지 관련 전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인프라에 이를 미리 적용해보는 의미가 있다.
-금융 인프라 단계에서 양자내성암호를 선제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해독하는 공격(HNDL)’이다. 공격자가 현재 암호화된 데이터를 미리 확보해두고, 향후 양자컴퓨터 성능이 충분해졌을 때 이를 복호화하는 방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관련 위험을 공식 분석했고, 구글은 2029년까지 양자내성암호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역시 2026년부터 금융·통신·국방 등 주요 분야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금융 인프라라면 뒤따라가기보다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서 가장 취약한 보안 지점은 어디라고 보나.
△첫째가 준비금과 스테이블코인 간 정합성이다. 테더(Tether)가 준비금 투명성 논란에 시달려왔고, 유럽연합 가상자산시장법(MiCA) 규제 요건 미준수 문제로 일부 유럽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둘째는 스마트계약 취약점으로, 다중 서명·타임록·외부 감사 등 다층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셋째는 키 관리다. 발행 권한 키 탈취가 가장 치명적이며, 양자내성암호와 다자간 연산(MPC) 기반 키 관리를 함께 적용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현실적인 첫 사용처는 어디라고 보나.
△해외 송금과 디지털자산 거래시장 두 가지다. 한국은 바이낸스 글로벌 트래픽에서 국가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TRM Labs) 2026년 1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글로벌 리테일 가상자산 거래량 2위(690억 달러)다. 이 거래의 대부분이 테더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국내 거래소의 ‘가두리’ 유동성에서 벗어나 김치 프리미엄 없이 글로벌 시세로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된다. 해외 송금도 마찬가지다. 두바이·동남아 등 한국인 비즈니스 인구가 많은 지역과의 수요가 특히 크다.
-지닥 운영 경험이 창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금융 인프라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소를 운영하며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자금서비스사업자 등록,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직접 경험했다. 규제 당국과 은행이 무엇을 요구하고 우려하는지 몸으로 배웠다. 해킹 사태를 겪으면서 보안의 구조적 한계도 절감했다. 단순히 보안 솔루션을 더 붙이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방어가 어렵다. 그래서 거래소처럼 유동성 경쟁을 하는 것보다, 그 아래 금융 시스템을 떠받치는 인프라 자체를 제대로 구축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향후 1~2년 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망은.
△제도화 속도에 달려 있다. 글로벌 흐름을 보면 미국·유럽연합·홍콩·싱가포르가 이미 각자의 규제 체계를 운영 중이다. 한국이 규제 공백을 유지하거나 지나치게 억압적인 규제를 도입할 경우, 국내 모델은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적절한 제도 설계가 이루어진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가상자산 거래 활성도를 가진 한국 시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실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