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20원 돌파 초읽기, 올해만 24차례 1500원선…"상방 압력 지속"

경제

뉴스1,

2026년 5월 24일, 오전 07:10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매도세와 삼성전자 노사 리스크 등 영향으로 하락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5.20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달러·원 환율이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 맞물리며 1520원대에 육박했다. 금융위기 이후 이례적인 수준의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면서 외환시장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시에 급등한 데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까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고유가·강달러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당분간 1500원 아래로 내려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 1520원 육박…올해 18거래일 동안 1500원대 넘어, 고가 기준 24차례
24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오전 2시 기준)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11.3원 오른 1517.4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22일 오후 3시 30분 기준)인 1517.2원과 비교하면 0.2원 상승한 수치다.

지난 22일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장중 외국인 증시 순매도 규모가 커지며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고 장 후반에는 1519.4원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500원 선을 넘어선 달러·원 환율은 이날까지 총 18거래일 동안 1500원 위에서 장을 마쳤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총 24차례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것은 2008~2009년 2년을 통틀어 14거래일에 불과했다.

국제유가 급등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동시에 강화되며 달러 강세가 재차 확대된 영향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부터 고환율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평균 환율은 지난해 11월 1460.4원, 12월 1467.1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였다.

올해 초에는 내국인 해외투자 감소로 환율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월 평균 환율은 1456.3원, 2월은 1448.4원까지 내려왔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월 26일 1425.8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지난 3월 3일 1500.4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500원 선을 터치했다. 이후 같은 달 △13일(1500.7원) △16일(1502.5원) △18일(1504.3원) 등 1500원 돌파가 반복됐다.

종가 기준으로는 3월 19일(1501.0원) 처음 1500원을 넘어섰다.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장중 1533.8원, 종가 1530.1원까지 치솟으며 이번 국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들어서도 1500원 안팎의 고환율 흐름은 이어졌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1일(1501.3원) △2일(1519.7원) △3일(1505.2원) △6일(1506.3원) △7일(1504.2원) 등 연속으로 1500원 선을 웃돌았다.

이후 한동안 1400원대로 내려왔지만 이달 들어 다시 상승 압력이 커졌다. 특히 지난 15일(1500.8원)을 시작으로 △18일(1500.3원) △19일(1507.8원) △20일(1506.8원) △21일(1506.1원) △22일(1517.2원) 등 5거래일 연속 1500원 선에서 마감했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22일 "필요시에는 단호히 조치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주간거래 마감 직전 공동 메시지를 통해 "달러·원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 영향이 주효…차익실현 물량 늘어"
최근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으로는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꼽힌다.

지난 22일까지 외국인은 12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했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50조 원을 웃돌았다. 이는 외국인이 올해 1분기 전체 순매도한 규모(약 56조 원)의 89% 수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원화는 달러인덱스(DXY) 흐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동 사태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달러 강세 요인"이라며 "다만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더 약세를 보인 것은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영향이 더 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내 증시가 급격히 오르면서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많이 나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부터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거주자의 해외주식 순매도와 국내주식 환류 흐름은 환율 상단을 일부 제한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RIA(해외주식자금 국내 귀환 제도)에 따른 환류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 1500원 선의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너무 빨리 올라갔기 때문에 비중 조절 차원에서의 매도라는 분석도 있다"며 "단기적으로 방향 자체는 아래쪽일 수 있지만 속도는 더디고 낙폭도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이 자극한 美 금리·유가…강달러에 원화 약세 지속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DXY는 지난 12일 97.824에서 22일 99.41까지 상승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면서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DXY 지표는 중동 리스크와 국제유가,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 등을 모두 반영하는 변수다. 따라서 원화가 이를 거슬러 강세를 나타내기는 어렵다.

실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20% 수준까지 올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장중 4.69% 선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지며 강달러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완화 편향 문구 제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우려도 환율 시장의 추가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9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쟁 장기화 시에는 올해 평균 유가가 110~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수지와 물가 부담을 키우고, 달러 결제 수요 증가를 통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최근처럼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강달러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고유가 충격이 원화 약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 연구원은 "리서처들이 달고 사는 말이 '기승전 호르무즈'"라며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이 다시 금융시장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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