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확정형 부담 커진 보험업계…‘자산집약형 재보험’ 주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4일, 오전 09:00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고금리 확정형 보험에서 발생하는 이차역마진(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금리보다 실제 운용수익률이 낮아 생기는 손실)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보험업계가 ‘자산집약형 재보험(Asset-Intensive Reinsurance·AIR)’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제도 도입으로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보험업계가 이차역마진과 기본자본 K-ICS 규제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집약형 재보험’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사진=챗GPT)


24일 보험연구원의 ‘자산집약형 재보험의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업계 기본자본 K-ICS 비율은 59%, 손해보험업계는 43%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권고치가 50%인 점을 고려하면 손보업계는 이미 권고 수준을 밑돌고 생보업계 역시 여유롭지 않은 관리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본자본 K-ICS는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한 자본 건전성 지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나 이익잉여금 확대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만큼 기존 지급여력비율보다 자본 부담이 크다. 금융당국은 자본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기본자본 중심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저금리 환경 장기화 이후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보험에서 이차역마진이 지속되고 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보험사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자본인 가용자본은 줄어들고, 금리 변동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요구자본인 금리위험액은 증가하는 구조다. 장기 고금리 계약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일수록 지급여력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AIR이 새로운 자본관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AIR은 보험부채뿐 아니라 자산에서 발생하는 투자 위험까지 함께 이전하는 재보험 거래다. 원보험사는 자본 소요가 큰 계약을 이전해 지급여력비율 관리 부담을 낮추고, 재보험사는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버뮤다 등 역외 재보험사를 중심으로 AIR 시장이 확대됐으며, 생명보험사의 역외 출재준비금 비중은 2016년 20%대에서 지난해 약 50%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보험산업에 진출해 사모신용 등 대체투자 역량을 활용한 점도 시장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보험연구원은 국내 보험시장 환경이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AIR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일본 보험사들은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보험 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겨 금리 부담을 줄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연금보험 수익률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역시 기본자본 중심 규제 강화와 고령화에 따른 노후소득 보장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판매한 역마진 계약을 한꺼번에 재보험사에 넘기는 ‘블록형 거래’는 기본자본 K-ICS 관리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신규 연금보험 판매 과정에서 재보험 계약을 연계하는 ‘플로우형 거래’는 저축성 보험의 수익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R 확대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AIR은 보험사가 자산과 부채를 재보험사에 넘기는 구조인 만큼 재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보험사가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모신용 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도 관련 감독 강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IAIS는 현재 재보험사가 부실해질 경우 보험사가 자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과 비상장 자산 가치평가 문제 등을 중심으로 AIR 관련 감독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AIR 거래는 이차역마진 부담 완화와 자본 효율성 제고,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재보험사 부실이나 자산 가치 하락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감독 체계와 리스크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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